13일 이재용 부회장 출소 방송화면 캡쳐.
13일 이재용 부회장 출소 방송화면 캡쳐.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 240조원 규모의 통큰 투자를 발표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물밑 경영' 행보가 본격화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놓고 경영활동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이번 투자발표가 이 부회장 가석방 이후 이뤄진데다 이 부회장이 직접 논의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투자 행보도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4일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180조원은 국내에 투자한다는 투자 로드맵을 발표했다. 과거 3년간 180조원을 투자했는데 이보다 60조원이나 더  투자하는 것이다. 4만명을 직접 채용하고 공채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통큰 결정은 사실상 이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출소 직후 서울 강남 서초사옥으로 가서 주요 경영진을 만나 사업 현안을 보고받았다. 이후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포함한 각 사업부문 담당자와 연이어 간담회를 하며 이번 투자·고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통큰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 부회장은 일부 시민단체 등의 취업제한 위반 논란이 있어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서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투자가 발표된 것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취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가석방은 형을 면제받지 않고 구금 상태에서만 풀려나는 것이어서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할 수 없고 해외 출국 또한 법무부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가석방 상태에선 해외 출국 시에도 일일이 법무부 감찰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등 2건의 재판이 남아있어 활동에 제약이 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변수가 생겼다. 이 부회장이 지난 13일 출소 직후 사업 현안을 챙긴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법무부가 '취업제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이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이사회 참석이 불가능해 경영 활동에 제약이 있는 데다 무보수·비상근 임원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경영에 참여하더라도 취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과거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취업제한 논란이 있었지만, 무보수 미등기 임원이라는 이유로 회장직을 유지한 바 있다.

법무부에서 제한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하다는 취지를 밝힌 만큼 이 부회장도 드러나지 않게 경영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규모 투자발표가 '물밑 경영'의 전초전인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감옥에 있는동안 '시계제로'였던 M&A도 활성화될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24일 삼성전자가 투자 확대를 통해 전략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고, 과감한 M&A를 통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에도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깜짝 발표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계에선 이번 대규모 투자발표와 함께 이 부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조만간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 예정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본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2월 정부 관계자들이 화이자사와의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 부회장이 우리 정부와 화이자 측과 다리를 놓는 등 백신 확보에 기여한 바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백신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을 돌면서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하는데 가석방 상태에선 이 같은 백신확보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가석방 상태여서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대법원 해석으로 이 부회장이 '물밑 경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하지만 아직 이 부회장이 백신확보와 M&A를 위한 해외 활동을 하기 어렵고, 경영 전면에 나서기도 힘든 만큼 활동에 여전히 많은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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