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기본앱 광고삭제를 결정한 배경에는 내부직원들의 반대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직원들과 가진 미팅에서 기본 앱 광고를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 수원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기본 앱 광고와 관련한 한 직원의 질문에 "날씨, 삼성페이, 삼성테마와 같은 기본 앱에서 광고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기본앱 광고는 삼성이 최근 추진하는 갤럭시생태계 조성과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면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본앱 광고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같은 결정에는 소비자 불만을 고려한 것이 가장 크지만 내부직원들의 반대도 영향을 끼쳤다. 

이번 결정 직전에 블라인드 직장인 게시판에서는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내부에서 계속 광고를 빼자고 하는데 그럼 수익은 어디에서 어떻게 가져올 거냐고 기획서를 올리라고 한다"며 "미안하다"고 글을 올렸다.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지만 수익성을 위해 윗선에서의 강행이 있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기본앱 광고 정책이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최대 경쟁자인 애플이 날씨, 건강 같은 기본앱에 광고를 띄우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에서 이런 내부앱 광고를 넣는 것이 '소탐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것이 사실"이라며 "갤럭시Z폴드3, Z플립3 등 주력 제품들이 출시된 상황에서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내부 의견과 외부 여론을 의식해 앱 광고를 중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기본앱에 깔려있는 광고 이미지.(사진=블로그 캡쳐)
삼성전자 기본앱에 깔려있는 광고 이미지.(사진=블로그 캡쳐)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갤럭시 스마트폰 날씨, 삼성페이, 삼성헬스 등 기본앱에 광고를 내보내왔다. 삼성은 갤럭시스토어에 동영상이 자동재생되는 광고까지 띄웠다. 앱을 열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동영상 광고를 봐야 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쏠쏠한 광고수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에도 갤럭시 스마트폰 날씨 기본 앱에 배너 광고를 넣었다. 이 앱은 웨더뉴스에서 날씨 정보를 받아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삼성 앱을 통해 노출됐던 일부 중국 게임 광고에서는 선정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앱 광고 정책을 유지하면서 사용자로부터 불만을 키워왔고, 소비자 게시판에서는 앱 광고를 빼달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고객들은 "100만원이 넘는 비싼 휴대폰을 샀는데, 왜 지우지도 못하는 기본 앱에서 강제로 광고를 봐야 하느냐"며 반발했다. 배너 광고를 넣으면 백그라운드에서 소비되는 데이터가 많아지고 화면, 배터리 등 가용량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갤럭시 태블릿 날씨 기본 앱에도 배너 광고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삼성전자 모바일 고객 커뮤니티인 삼성멤버스에 따르면, 회사 휴대폰 담당자는 갤럭시 탭 날씨 앱 내 광고 추가와 관련한 고객 물음에 "태블릿 모델도 날씨 앱 광고는 내년부터 적용 계획으로 준비중인 점 참조 바란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 불만과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내부 직원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삼성전자가 기본앱에 광고를 넣는 것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추후 자체 사용자경험인 '원 UI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기본 앱의 광고 삭제 조치를 차례로 반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은 고객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해고 사용자의 니즈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은 고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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