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이 술렁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때아닌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다른 은행까지 동요하고 있다.

특히 이번 희망퇴직은 내부 직원들이 먼저 요구하고 경영진이 수락했다는 점에서 과거 희망퇴직 방식과 다른 분위기다.

17일 신한은행은 하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희망퇴직을 신청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희망퇴직은 임금피크에 들어가는 직원이 대상이지만 이번에는 만 49세인 1972년 이전 출생자까지 확대했다.

또 근속 15년 이상으로 정해 대상자는 지점장급부터 부지점장, 4급 이하 일반직, 리테일서비스직, 무기계약직, 관리지원계약인력 등 다양한 직군에게 길을 열어줬다.

현재 은행에선 희망퇴직 최종 신청 인원에 대해 함구하는 분위기다. 희망퇴직 신청을 해도 최종적으로 인사부의 승인이 있어야 은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40대 후반까지 확대한 만큼 너무 많은 인력이 떠나는 은행 입장에서도 손실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된 배경은 직원들의 요구 때문이다.

최근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단순 업무는 인공지능이 처리하는 일도 많아졌다. 순수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리테일서비스직군 등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의 업무도 줄어든 셈이다.

부지점장의 경우 갈수록 줄어드는 지점 수가 은행을 떠나게 하는 원인이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경우 21개 점포를 줄였다. 대부분 수도권과 광역시 등 도심권 점포가 줄어 생존할 수 있는 안심권역이 없다.

부지점장으로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지점 수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몫한다.

일반직원들의 경우 제2의 직업을 찾겠단 용기다.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은 이직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핀테크로 출발해 제도권 금융에 도전하는 금융회사는 디지털 인력은 풍부하지만, 전통적인 은행 업무를 아는 직원들이 부족하다. 때문에 여·수신 업무를 비롯해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 내부 업무에 능숙한 은행원이 필요한 현실이다.

또 과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로 이직했던 동료가 이직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도 희망퇴직을 갈망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희망퇴직은 등 떠밀려서 나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능력을 조금이라도 발휘할 수 있을 때 은행을 떠나 새로운 직장에서 발휘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크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을 계기로 연말 은행을 떠나는 직원들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국민은행은 지난 1월 실시한 희망퇴직에서 대상 나이를 40대 후반으로 확대한 바 있다. 농협은행도 최근 3년 동안 만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해 왔다.

우리은행은 임금피크 대상자를 우선적으로 희망퇴직을 받아왔지만, 연말에는 대상자를 더욱 확대할지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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