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우리은행 유튜브 채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우리은행 유튜브 채널

임기 만료를 6개월 앞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새 정부 정책에 발빠르게 호응하며 연임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의 80조원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두고 "정부와 시장이 같이 가는 하나의 예"라며 직접 언급해 연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29일 오후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은행연합회에서 20개 은행장 간담회를 마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우리은행을 '콕' 집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번 지주 회장들을 만났을 때 규제합리화 등 가시적인 부분들을 빨리 발표해달라는 건의가 있었고 이에 따라 자본규제 합리화를 발표했다"며 "이를 기초로 우리은행이 시뮬레이션을 하고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정책 방향을 뚜렷하게 빨리 제출하고 은행도 그에 맞춰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나름대로 (계획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과 실제 시장이 같이 가는 하나의 예가 될 것"이라며 우리금융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이는 같은 날 오전 열렸던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두고 한 말이다. 이날 우리금융은 2030년까지 5년 동안 생산적 금융 73조원, 포용금융 7조원, 총 8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민간 최초로 10조원 참여를 발표하기도 했다. 

발표 당시 임종룡 회장은 45분간 단독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AI, 바이오, 방산 등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K-Tech 프로그램과 지역소재 첨단전략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금리 할인 혜택도 직접 나서 설명했다. 정부 정책 기조에 빈틈 없는 지원 계획을 꼼꼼하게 제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홍인택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홍인택 기자

임종룡의 '승부수'…80조원 프로젝트로 새 정부와 '코드 맞추기'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이 타 금융사들보다 한발 빠르게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춘 전략을 내놓으며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요구하는 생산적 금융 전환과 소비자보호 강화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연임을 위한 포석을 쌓고 있다는 평가다.

임 회장은 새 정부가 강조하는 금융소비자보호에도 선제적으로 나섰다. 지난 7월 기존 준법감시인 산하에 있던 그룹 소비자보호 총괄 기능을 떼어내 회장 직속 '소비자보호실'을 신설했다. 소비자보호총괄임원(CCO) 임기를 최소 2년 보장하고 이사회에 임면권을 부여하는 등 거버넌스도 강화했다.

우리은행에는 은행권 최초로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고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시작했다. 21명으로 구성된 3개 팀이 금융사기 관련 기획과 정책, 사전예방 및 대응, FDS 고도화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정부가 메시지를 내놓으면 금융지주들이 비슷한 정책을 동시에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금융이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있고 계획안도 상당히 구체적"이라면서 "연임 의지와 함께 명분 확보에 나서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종합금융 완성'·'실적 성장'…연임 명분은 충분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이 연임을 위해 정부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지원과 협조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 정부 인사라는 색채가 짙은 만큼 새 정부와의 관계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으로 호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정경제부, 대통령실, 금융위원회를 두루 거쳤기 때문에 현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임기 동안의 눈에 띄는 성과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자신이 부임한 2022년 말 11.57%였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2023년 말 11.99%, 지난해 말 12.13%를 거쳐 올해 상반기 12.82%까지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전분기 대비 수치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확립하고 실적·주주환원 면에서도 가파른 성장을 이뤘다는 점을 연임 당위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연말 그룹 CET1 비율 12.5% 달성과 배당 확대 등 밸류업 계획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 성과 면에서는 연임 명분이 충분해 보인다"면서 "위원장 입에서 직접 언급된 만큼 당국과의 신뢰 관계도 연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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