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000TEU급 컨테이너 선박 'HMM 블레싱호'. 사진=HMM
 1만1000TEU급 컨테이너 선박 'HMM 블레싱호'. 사진=HMM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 검토 소식에 민영화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포스코 역시 준(準) 공기업으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8일 운송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최근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형 로펌 등과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HMM 인수 타당성을 분석하고 있다. 

HMM은 산업은행(약 36%)과 한국해양진흥공사(약 36%)가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정부 소유로 운영돼 왔으며, 수십조 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뒤 정부 주도로 정상화 과정을 밟아왔다.

정부는 공적 자금 회수와 경영 자율성 확대를 위해 HMM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가 새 주인으로 거론되면서 "공기업에서 준 공기업으로 옮겨가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포스코는 2000년대 초 민영화됐으나 최대주주가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 성격의 기관투자자라는 점에서 완전한 민간 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CEO 선임과 대규모 투자 결정 과정에서 정권의 입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특히 정권 교체 때마다 회장 인선 잡음이 반복됐다. 2009년 정준양 전 회장 선임 과정에는 정부 핵심 인사 개입 의혹이 불거졌고, 2013년에는 국세청 조사 등 정부 압박설 속에 정 전 회장이 사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에도 권오준 전 회장 연임 과정에서 정치적 변수가 거론됐으며, 2023~2024년 회장 선임 국면에서는 최정우 전 회장의 연임을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논란이 커졌다. 결국 최 전 회장이 물러나고 2024년 3월 장인화 회장이 새롭게 취임했다.

이런 전례 때문에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준 공기업 포스코가 HMM의 새 주인이 되는 구도는 민영화 취지와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해운업계 내부의 반발도 거세다. 업계에서 "화주가 해운사를 인수하면 3자 물류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는다"는 우려와 함께 "컨테이너 위주의 HMM과 벌크 운송 중심의 포스코가 본질적으로 맞지 않는 조합"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재무 부담도 걸림돌이다. 포스코는 철강, 이차전지, 수소 등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이미 자금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변동성이 심한 해운업까지 떠안을 경우 그룹 전반의 재무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정부 필요에 따라 본업과 무관한 영역에 무리한 확장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민영화 취지가 경쟁 확대와 자율성 보장인데, 포스코의 인수는 그 취지와 정반대 방향"이라고 꼬집으며 "민영화를 명분으로 한 매각이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있을지, 아니면 '준 공기업 간 거래'라는 비판을 자초할지는 향후 정부의 매각 방식과 포스코의 최종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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