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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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이 농협금융지주로부터 6500억원 규모의 재무적 지원을 받으면서 종합투자계좌(IMA) 인가를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증자 이후 자본 규모를 8조원까지 끌어올려 9월 내 IMA 인가 신청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든든히 채운 호실적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IMA 시장 진입의 문턱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상증자로 요건 충족…IMA로 시장 경쟁력 기반 '성장 동력' 확보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가는 2만150원, 총 3226만주의 신주가 발행되며 증자 규모는 총 65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주가와 비교하면 할인 폭이 크지 않아 기존 주주가치 희석 우려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유상증자로 NH투자증권은 IMA 인가 요건인 자기자본 8조원을 충족하게 된다. 상반기 말 기준 별도 자기자본은 7조4000억원 수준이다.

증자의 목적은 분명하다. 내년부터 금융당국이 IMA 인가 요건을 대폭 강화할 예정인 만큼 NH투자증권은 기존 기준이 적용되는 올해 3분기 내 인가 신청을 마쳐야만 한다. 이미 대표이사 직속 TFT를 출범시켰고 9월 내 신청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유상증자 중 3500억원은 리테일 대출 재원으로, 3000억원은 IB(기업금융) 비트레이딩 자산 투자에 활용될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이미 상반기 실적으로 업계 내 경쟁력을 분명히 보여줬다. NH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4651억원, 영업이익 61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12% 늘어난 수치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2569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18% 웃돌았다. 운용손익은 전 분기 대비 59% 급증했고, 브로커리지 수수료도 국내외 증시 활황에 힘입어 18.5% 증가했다.

IB 부문 실적도 두드러졌다. 상반기 IB 수수료 수익은 2378억원으로 전년 대비 48.2% 증가했으며, 2분기에만 1299억원을 벌어들였다. 특히 부동산 PF 관련 금융주선이 늘며 채무보증 수수료는 31.8% 증가했다. 상반기 ECM(주식자본시장)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주요 유상증자를 주관하며 리그테이블 1위를 기록했고, DCM(채권자본시장)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 현대해상 등 딜을 잇따라 맡으며 2위에 올랐다.

NH투자증권은 IMA가 리테일 경쟁력 제고와 동시에 기업금융 역량을 연계할 수 있는 전략사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리테일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고 알려졌다. 앞서 입증한 시장 경쟁력과 함께 새로운 수익 창구를 확대하면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MA로 유입된 고객자금을 그 동안 축적된 IB역량을 기반으로 모험자본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금융 분야에 투자해, 기업과 실물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투자수익은 고객에게 환원할 것"이라며 "은행계열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로서의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원금 지급 안정성 측면에서 차별적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 '비은행 강화' 포석…심사 리스크·IMA 수익성 우려 뚫고 '도전'


이번 IMA 도전에는 NH투자증권뿐 아니라 농협금융지주의 전략 변화도 읽힌다. 농협금융은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을 뛰어넘어 금융지주 중 4위에 올랐다. NH투자증권이 상반기 비이자이익 증가에 크게 기여하며 농협금융 실적을 끌어올렸다.

농협금융은 수익 구조가 농협은행에 상당 부분 쏠려 있는 만큼 금융지주 차원에서의 도약을 위해서는 비은행 부문 강화가 필수적이다. 농협금융은 이번 유상증자로 NH투자증권의 사업 확장을 적극 지원하면서 그룹 전반의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리스크는 남아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연기금 투자풀 사업 진입을 위한 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 발급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환매 불가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징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지난 2월 기관경고 제재를 받은 이력도 있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이력을 인가 심사에 얼마나 반영할지가 변수로 떠오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권 교체 후 금융위 체제가 아직 확립되지 않아 관련 행정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징계 가능성이 있는 점은 염두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31일 열렸던 기관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콜에서 "2월 기관경고 제재에 관해서는 금융위와 접촉 결과 현재 현행 요건에 한해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IMA의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원금 지급 의무와 운용규제 강화, 손실충당금 요건 등으로 인해 당장의 수익성은 발행어음 대비 낮다는 분석이 많다. NH투자증권은 현재 발행어음 잔고의 50%가 채 되지 않는 수준에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NH투자증권은 IMA를 새로운 수신 기반으로 보고 장기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NIM(순이자마진) 비즈니스로 더 많은 경쟁사가 뛰어들 예정이고, 단기형 상품이기 때문에 그간 타 경쟁사 대비 보수적으로 운용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IMA는 원금이 보장되는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자산 보전에 민감한 고객층을 겨냥할 수 있다. 신규 고객 유입과 교차판매로 장기적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예측이다.


증권가 "유상증자, 납득 가능한 결정…도전 기회"


업계는 이번 유상증자를 시기적절한 판단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자기자본 요건 충족 시점을 두 기간 연속 연말 기준으로 요구하는 등 IMA 문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니면 사실상 2028년에나 다시 도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증자는 선제적 승부수에 가깝다고 해석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지주사 산하 증권사라는 강점으로 조달 원가가 차별화될 수 있다"며 "이번 유상증자는 아쉽지만 이해는 가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장영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훗날 IMA 사업 성패에 따라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올해가 적기라는 NH투자증권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며 "발행어음 사업 경쟁이 심화되면서 IMA 진출은 리스크는 있지만 도전 기회"라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IMA 상품으로 경쟁력 있는 리테일 전략을 선보일 것"이라며 " 앞으로도 사업부문 간 시너지와 밸류업 전략 실행을 거쳐 주주이익 최우선과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경영목표를 변함없이 추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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