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업계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하면서 시장 선점에 나서 왔다. 반면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한계점이 시장 발전 저해 요소로 지적받고 있다. 이에 구조 개혁과 글로벌 흐름에 따른 증권사들의 탄소배출권 시장 대응 방향에 무게가 실린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탄소배출권의 평균 가격은 8725원으로, 월초 8990원으로 출발했으나 8600~8800원 사이를 횡보하다가 8790원으로 마감했다. 4월 총 거래량은 전월 거래량보다 7% 상승한 193만톤을 기록했고 배출권 평균 가격은 전월 대비 3% 하락했다.
지난 2월부터 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투자매매업자 등 기관투자자에게도 탄소배출권 위탁매매 시장이 열렸다. 기존에는 △할당 대상업체로 선정된 기업 △시장조성자 △배출권거래 중개회사만 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안에 개인투자자의 현물 위탁매매가 현실화될 경우 확장 속도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상반기 내 예정된 개인투자자의 탄소배출권 현물 거래시장 개장 추진은 올해 11월 재개될 예정이다. 현재 개인투자자는 배출권 선물과 ETF(상장지수펀드) 형태로만 참여할 수 있다. 11월에는 증권사들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거래가 가능해진다.
증권사, 배출권 거래 시장 '잰걸음'…시장 선점 후끈
지속 성장성과 시장 확대를 염두한 증권사들은 선제적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카본솔루션부를 운영하면서 탄소배출권 등 ESG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금융사 중 최초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확보에 성공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배출권 관련 독보적인 행보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탄소배출권 위탁매매 단독 시범 사업자로 선정돼 시장을 이끌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오는 8월 통합테스트를 마무리하고 11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중소형 증권사에서도 시장 진출 열기가 감지된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2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후발주자로 나섰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관련 전사 차원의 협업 조직을 구성하고 전문 인력을 충원해 위탁중개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라며 "향후 배출권 시장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기업의 수요에 적합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IBK투자증권도 최근 NICE피앤아이와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배출권 시장 '구조적 한계' 지적…미국 친환경 기조 관건
반면 이런 증권사들의 모습과는 별개로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우려도 있다. 현재 국내 배출권 거래제도는 글로벌 거래제와 달리 무상할당 비중이 매우 높아, 유상 경매를 통한 시장 가격 형성과 유동성 공급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수요 충격에도 가격 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유동성 부족으로 투자자 기반 확장에도 제동이 걸리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배출권 거래제에 관해 거래량이 존재하지만 시장 가격을 형성할 수준의 유동성은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유동성에 기반해 배출권 거래를 선물·ETF 등 금융상품으로 전환에 성공한 유럽 시장과 반대로 관련 금융상품이 현격히 부족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결국 이 같은 시장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선 제도 차원의 근본적 구조 개편이 필수로 꼽힌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말 제4차 배출권 거래제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은 오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의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배출허용총량 강화와 유상할당 확대를 중심으로 국제 사회에 약속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가시화했다.
반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더라도, 향후 미국의 친환경 기조에 따라 탄소배출권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고 '그린뉴딜'을 종료하는 등 친환경과는 멀어지는 행보를 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구조 개편 없이는 가격 신호 기능과 시장성 확보에 한계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선물 등 파생상품 도입과 금융시장화를 가속해 실물 수요 유입과 투자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글로벌 배출권 거래제 가격은 구조적으로 상승할 전망이지만 미국은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 가능성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