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세계면세점
사진=신세계면세점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이 강점인 면세점이 최근 할인·프로모션 축소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한때 '가장 싸고 간편한 유통 채널'로 통했으나, 재고 부족과 브랜드별 조건 차이 등으로 소비자 불편마저 커지는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이용객 수는 226만6219명, 매출액은 약 1조84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이용객 수는 230만명에서 4만명 가까이 줄었고, 매출액은 약 1조1865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면세업계는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 회복에 맞춰 실적 반등을 기대했지만, 고환율 장기화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기대만큼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한 글로벌 브랜드 화장품은 면세점 판매가가 38달러로 한화 약 5만2000원이지만, 국내 온라인몰에서도 5만6000원에 판매되는 데다 무료배송까지 제공돼 실질적인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이처럼 가격 메리트가 약해지면서, 면세점 주요 판매 품목인 화장품 수요도 예전만 못하다. 화장품은 한때 면세 업계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품목이었는데, 최근에는 예전만큼의 경쟁력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반응이 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면세점인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모두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으며, 업계 영업손실 규모는 합산 기준 3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실적 부진 속에서 프로모션 운영도 위축되고 있다. 쿠폰·적립금·제휴 할인 등이 과거엔 기본 혜택처럼 제공됐지만 최근에는 사용이 제한되거나 일부 브랜드에만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할인 조건이 달라지는 점은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상품인데 면세점마다 쿠폰 적용 여부가 다르고, 할인되는 시점도 달라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일부 소비자는 제품 하나를 위해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조건을 비교하거나 할인 가능 시점을 기다리는 일이 반복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면세점들은 고부가가치 고객층을 겨냥해 대응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 보험사 단체, 크루즈 관광단, K뷰티 기반 의료 체험단 등 목적성 강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단체 고객은 체류 시간과 객단가가 높아, 구조적으로 비용 부담이 큰 면세점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평가된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예비 신혼부부를 핵심 고객으로 삼고, 고가 시계·주얼리 중심의 웨딩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다. 결혼 준비에 필요한 예물·혼수품 구매를 면세점에서 해결하는 수요가 늘고 있으며, 평균 객단가도 일반 내국인 대비 약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은 모두 특정한 수요층을 겨냥한 제한적 대응에 가깝다. 외형은 회복되고 있지만, 전체 소비자 이용률은 정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한계는 여전하다. 고환율, 공항 임대료 부담, 할인 축소가 맞물리며 면세점의 본질적 유통 경쟁력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온라인몰에 입점한 브랜드들은 프로모션 조건이 모두 다르다"며 "각 브랜드와 협의해 할인, 적립금 적용 여부를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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