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지혜 기자.
사진=박지혜 기자.

현대차증권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결산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건에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유상증자에 따른 피해를 호소했다. 다만 이날 주총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현대차증권은 27일 서울 여의도 화재보험협회 건물에서 제71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상정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선 △2024년 재무제표와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내이사·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통과됐다.


"유상증자 피해, 배당으로 보상"vs"자본 확충 중요…회사·주주 함께 성장해야"


의결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안건 중 2024년 재무제표와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건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제71기 결산 배당안이 함께 논의됐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결산 배당금으로 유상증자 후 기준 보통주 1주당 180원, 우선주 1주당 418원을 제시했다. 주주가 제안한 결산 배당금은 유상증자 전 기준 보통주 1주당 500원, 우선주 1주당 500원이다.

지난해부터 현대차증권은 결산 배당을 두고 주주와 갈등을 빚었다. 현대차증권이 발행주식수의 95%에 달하는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주식 가치 희석을 염려하면서 유상증자를 강하게 반대했다.

현대차증권은 16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지난 19일 5380원에 신주를 발행했다. 직후 20일 주가는 5790원으로 유상증자 전 주가 대비 34.2% 하락했다. 27일 오후 3시 기준 현대차증권 주가는 5850원이다.

주주가 제안한 배당안은 주식 가치 희석을 배당금으로나마 보상해달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증권 총발행주식 중 1.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주 A씨는 제출한 배당안을 설명하면서 "회사 측이 제안한 배당금 180원은 동종 업계 대비 배당여력이 있는 회사 중 최악 수준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출한 배당안 자체를 회사가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제출 기한이 임박했을 당시 유상증자 신주 배정이 언제 될지도, 배당 기준일도 정해지지 않아 주당 금액만을 제안했다"며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유상증자 전 기준 500원으로 판단한 것은 제가 제안한 취지와는 다르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주 구조와 상관 없이 주당 500원을 배당해달라"고 주장하며 "주가 하락이 명백한 유상증자 결정으로 발생한 주주 손실을 배당금으로나마 배려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A씨는 유상증자 이후 주가 하락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주당 가치가 40% 하락하고 주가가 30%이상 폭락하는 등 주주들은 엄청난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배당금 500원은 회사 제안 대비 320원 차이로 주주 손실의 10% 남짓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주주 B씨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2021년 800원 가량 배당 이후 배당금이 계속 떨어지고만 있다. 이번에도 350원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180원은 말도 안 된다"고 합세했다.

배 사장은 이런 주주의 성토에 "당장의 지난해 결과는 저희가 공시로 보여드렸고 2025년, 2026년 그리고 2028년까지의 비전을 세웠다"며 "주가 하락과 관련한 모든 부분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75%에 해당하는 660여명의 직원들이 유상증자 우리사주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회사가 제시한 배당안에 찬성하는 주주도 있었다.

한 주주는 "증권업계 양극화로 자본 확충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배당을 많이 하는 것보다 이익이 증가하면서 회사가 주주와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란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결산 배당안은 결국 회사 측 제안으로 확정됐다. 90% 이상이 회사 측 안건에 찬성했다. 애초에 최대주주 지분율이 과반에 가까워 주주제안이 앞서기는 어려웠다고 분석됐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최대주주·특수관계자 지분율은 45.71%다.

A씨는 표결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며 현대차증권에 표결의 진위 여부 확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배 사장은 "지금 이뤄진 표결의 입증 자료를 당장 준비하긴 어렵다"며 "추후 주주가 원한다면 저희가 성실히 자료를 준비해 대응하겠다"고 답변했다.


사외이사 선임에도 반대 목소리…"자진 사퇴해달라"


유상증자에 얽힌 불만은 이후 심의에서도 이어졌다. A씨는 양영근 사내이사의 신규 선임 건을 심의할 당시 "자본시장이나 주주 이익 인식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주당 가치를 보존하는 부분을 유념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A씨는 사외이사 재임 심의 중에도 우려를 드러냈다. A씨는 "윤석남 이사와 이종식 이사는 지난해 유상증자에 직접 관여했다"며 "주주로서 납득하기 힘들 뿐더러 주주 이익에 대한 인식이 아주 염려스러워 반대하겠다. 책임감을 느낀다면 자진 사퇴해달라"고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주주 C씨는 "윤석남 이사는 금융감독원 국장 출신인 데다가 이종식 이사 역시 오랜 기간 금융권에 종사해 믿음이 있었는데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증자였다"며 "대표이사가 유증을 결정했더라도 이사들이 막았어야 했다. 너무 실망스럽고 사퇴를 권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회사와 주주 간 대립 끝에 이날 현대차증권 주주총회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A씨는 주주총회 폐회 전 "증자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주주가 상당한 피해를 본 건 사실"이라며 "이후 회사도 회복 차원에서 여러 노력을 보여준 것도 알고 있다"고 입을 뗐다. 

이어 "하지만 주주 가치 제고 계획도 구체적이지 않고 특별하게 우수한 수준도 아니어서 아쉽다"며 "밸류업 계획을 좀 더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상장 기업은 일반 기업과 달라 관련되는 이해관계자들과 소액 주주들이 많다"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선 그 과실이 주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게 상장 기업 경영진의 책무"라고 짚었다. A씨는 손실을 빠른 시간 안에 회복할 수 있게 노력해달라고 요청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배 사장은 "명심하겠다"며 "밸류업 사업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힘을 찾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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