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먹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홈플러스가 카드대금 유동화증권(ABSTB)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하고 전액 변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증권가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구체적인 변제 계획과 재원 마련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여론 달래기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21일 "매입채무유동화를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하기로 결정했다"며 "회생계획에 상거래채권으로서 전액 변제하는 것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회생법원은 조만간 홈플러스와 카드사·증권사를 불러들여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해석해야하는지 여부를 논의했다. 회생법원 재판부는 상거래채권 해석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약 4618억원 규모의 ABSTB 투자금을 돌려받을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홈플러스 결정에도 크게 안도하지 않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측 발표는 즉시 변제나 전액 변제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회생계획안에 상거래채권으로 포함시키겠다는 것으로 실질적인 변제 계획과 기간, 재원 마련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법원에 제출한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5월 말 현금 7395억원이 부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충분한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4618억원의 ABSTB를 어떻게 변제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말로만 '변제하겠다'고 한 상태"라며 "변제 계획에 대한 모든 채권자들의 동의도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더욱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발표한 사재출연 계획에서도 ABSTB 투자자들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기간에 걸쳐 원금만 상환되거나 일부 감액될 가능성, 심지어 변제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로서는 ABSTB가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된다고 하더라도 전액 상환은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공익채권-회생담보권-회생채권 순으로 변제되는데, 홈플러스의 유동성 등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홈플러스와 MBK 측 발표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에서는 MBK가 연기금, 신영증권과 법적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자 단순히 여론을 달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일부에서는 MBK 측 발표를 두고 김병주 회장의 국회 출석을 막기 위한 면피성 자료에 불과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변제계획이 빠르게 나와야 투자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변제 범위나 책임 소재를 두고 법적 분쟁에 돌입하면 재판이 계속 이어지고 피해자 구제도 기한이 한없이 연장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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