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사실상 5연임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는 꾸준히 실적이 우상향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유일하게 증시 입성도 성공했다.
여기에 올해를 인공지능(AI)과 해외 진출 원년으로 삼은 만큼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다만 윤 대표가 이번 연임으로 확정한 임기는 11년이다. 은행권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기간인 만큼 장기 집권 우려도 따라붙는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윤호영 대표이사 연임 안건을 처리한다.
연임 안건 통과 시 윤 대표는 오는 2027년 3월까지 대표이사직을 수행한다. 2016년 출범 당시부터 수장을 맡았으니 11년간 카카오뱅크 행장을 맡는 셈이다.
금융권 기조와는 살짝 비켜나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22년~2024년에는 금융권 주요 인사가 연달아 용퇴를 결정했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조용병 전 신한지주 회장,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전 DGB금융지주 회장 등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금융권에서는 당국 기조를 주 배경으로 꼽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당시 직접적으로 지주 회장 이름을 언급하며 용퇴를 압박했다. 잦은 연임으로 '제왕적 권위'를 갖추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3년 '모범관행 30가지 원칙' 중 하나로 외부 인사에게도 금융지주 회장 후보 관련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라는 내용을 넣으며 지배구조에 큰 관심을 보였다.
윤 대표의 5연임에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목표로 AI와 글로벌 진출을 선정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태국 금융지주사 SCBxM, 중국 위뱅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가상은행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국내 은행 중에는 태국에 진출한 곳이 없다. 카카오뱅크가 태국 가상은행 인가를 받으면 국내 은행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태국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AI 사업 역시 모기업 카카오가 오픈AI와 협업 관계를 맺으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오랜 기간 카카오뱅크를 이끈 윤 대표가 추진 중인 목표와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적임자인 셈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장기 집권 우려가 뒤따른다. 실제로 은행, 금융지주 영역에서 10년 이상 대표직을 수행한 경우는 드물다.
최장수 은행장인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은 14년간 행장직을 수행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4연임으로 10년 임기를 수행하며 두 번째 장수 행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외국계 은행으로 당국 입김에서 보다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표는 2016년부터 행장직을 맡았다. 이번 5연임을 확정하고 임기를 마치면 박 전 행장의 기록을 갈아 끼우게 된다.
금융지주 회장으로는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지주를 이끌었다.
김 전 회장은 만 70세까지만 회장직이 가능하다는 내부 규범에 따라 마지막 임기는 2년만 부여받았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정관에는 최고경영자 관련 나이, 연임 관련 규정이 없다. 정관에 정해둔 건 사외이사 임기뿐이다.
다른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해도 윤 행장 집권 기간은 긴 편이다. 케이뱅크는 심성훈 초대 행장이 2년 5개월, 이문환 전 행장 1년 8개월, 서호성 전 행장 2년 2개월을 역임했고 최우형 행장이 2024년 1월 취임 이후 약 1년 2개월째 행장직을 이어가고 있다.
토스뱅크는 홍민택 전 행장이 약 2년 8개월간 토스뱅크를 이끌었고 지난해 3월 이은미 행장이 뒤를 이었다.
초기에는 '셀프연임' 논란도 불거졌다. 윤 대표는 지난 2021년 3월까지 카카오뱅크 임원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의결권은 제한됐지만 임추위 회의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잡음이 일었다.
현재 카카오뱅크 임추위원은 총 3명으로 권대열 카카오 CA협의체 ESG위원장이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 CA협의체는 최근까지 김범수 창업자가 공동의장을 맡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금융지주와 달리 계열사가 없는 단독 은행이기 때문에 제왕적 권위를 염려하는 당국 기조와는 조금 다르다"며 "창업자이기도 한 만큼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