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장 전 지분투자로 재미를 봐왔던 증권사들의 자금회수(엑시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상장기업 주식을 당초 계획보다 더 오래 들고 있어야 하거나, 심한 경우 투자금의 절반 가까이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IPO를 주관하고 있다. 다음달 7일부터 13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이 진행되고, 19~20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한투증권은 지난 2022년 4월 오가노이드사이언스에 20억원을 투자해 6만2500주를 확보했다. 주당 가격은 3만1998원으로 공모 밴드인 1만7000~2만1000원보다 한참을 웃돈다. 밴드 하단 기준 수익률은 -46.9%로 반토막에 가까운 수준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지난해 말과 올해 1월 실적이 반영되면서 벨류에이션이 하향조정 됐는데, 한투증권은 할인율을 조정하면서 밴드를 유지했다.
한투증권은 주관 과정에서 3만6000주를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한다. 하단 기준으로는 약 6억1200만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 주관수수료가 9억원 수준이라고 가정하고 주가가 공모가 수준을 횡보한다면 회수 금액이 18억원에 그쳐 8억원 정도의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있다. 공모가 하단 수준을 하회하면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다.
한투증권은 주로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보통주를 사들인 뒤 상장을 주관하는 형태의 딜 구조를 짜고 있다. 상장을 통해 수수료도 챙기고, 상장 후 주식처분 이익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상장한 넥스트바이오메디컬에도 2019년 주당 1만5000원, 총 16억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해 주식 10만6688주를 확보했다. 해당 물량은 1개월 락업(의무보유)이 걸려 있었는데,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주가는 상장 후 한달 만에 4만7400원으로 뛴 적이 있다.
티디에스팜에도 2023년 주당 9025원에 총 18억500만원을 투자해 20만주를 취득했다. 티디에스팜 주가는 상장 후 한달 동안 3만~4만원 대를 오가다 1개월 만에 락업 물량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하한가를 찍었다.
두 종목 모두 한투증권이 보유한 지분을 처분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증권업계에서는 한투증권이 선제적 투자로 수억~십수억원의 차익은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공모시장의 과열 현상이 빠르게 냉각되면서 한투증권의 수익모델도 함께 얼어붙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투증권은 오름테라퓨틱에 2024년 5월 30억원을 투자해 주당 2만1000원으로 14만2000주를 확보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해 말 3만~3만6000원 밴드로 상장을 추진했지만 시장 침체에 한 차례 연기했고, 결국 올해 초 다시 상장을 추진했지만 밴드 하단에도 못 미친 2만원으로 공모가가 산정됐다. 해당 물량은 7만1000주 씩 6개월과 1년 락업이 걸려있는데, 최초 공모 상단이 3만600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익률을 이어가는 셈이다.
한투증권 수익률의 향방은 락업 물량이 풀리는 기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경우 상장 당일 시장에 풀 수 있는 물량은 1만5625주다. 한투증권은 당일 물량을 풀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보유해 최초 취득가액보다 주가가 상회하는 시기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사전에 투자한 벤처금융 펀드들의 락업 기간도 1개월이라는 점이다. 벤처펀드 물량은 185만9400주로 공모 후 기준 28.58%에 달한다. 한투증권이 최초 투자할 당시 계획했던 기간보다 상당 기간 장기보유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공모 시장이 과열됐을 때는 한투의 엑시트 전략이 잘 먹혔고, 쏠쏠한 수익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올해는 공모 시장 위축으로 원금 회수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상장 전 지분 투자를 하는 기업들은 내부에서 굉장히 유망하게 보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향후 성장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보유할 수 있다"며 "올해 바이오 기업 상장을 추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고, 산업이 잘 발달하면 투자한 기업들에 대해 회수할 수 있는 방안도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