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모지상주의와 젊음에 대한 집착을 신랄하게 비판한 영화 '서브스턴스'가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2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서브스턴스'의 누적 관객 수는 50만7433명이다. 이 영화는 지난 6일, 2014년 개봉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후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해외 예술 영화로서 11년 만에 4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영화는 처음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지난해 12월 11일 개봉 후 1월 첫 주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나, 지난달 13일부터 10위권으로 재진입하며 역주행을 시작했다. 이후 6주째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서브스턴스'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받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는 50세 생일에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진행하던 TV 에어로빅 쇼에서 해고된 뒤 귀가 중 사고를 당하고 우연히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접한다.
약물을 주사하자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가 탄생하고 두 사람은 일주일씩 번갈아 가며 살아야 하는 규칙에 따라 기묘한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인격은 서로를 질투하고 증오하며 이 균형은 깨지기 시작한다.
결국 규칙 위반으로 부작용이 생기며 엘리자베스의 신체는 급격히 노화되고 변형된다. '서브스턴스'는 노화에 대한 자기혐오와 여성의 상품화를 조명하며 외모 중심 가치관이 가져온 파괴적 결과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런 사회적 메시지는 청소년 관람 불가, 독립·예술영화, '바디 호러'(인체 훼손이나 변형 등을 다루는 공포물)라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서브스턴스'의 흥행을 이끈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외모에 관심이 높은 한국 사회인 만큼 영화가 자연스럽게 관심의 대상이 된 것 같다"며 "영화는 외모 집착이 부른 파국적인 결말을 보여주는데 이런 공포감과 두려움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데미 무어의 출연도 중장년층 관객의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페미니즘적 주제의식에 공감하는 젊은 관객도 있지만, 1990년대에 젊음을 보낸 중년 세대가 영화의 복고적 분위기에 호응했다"며 "특히 데미 무어는 '사랑과 영혼', '어 퓨 굿 맨' 등으로 중장년층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황 평론가는 엘리자베스의 동창이 핸드폰이 있음에도 종이에 번호를 적어 건네는 장면과 에어로빅 방송을 보며 운동하는 장면 등을 당시 정서를 대표하는 사례로 꼽았다.
이어 "'서브스턴스'는 신작이지만, 과거의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재개봉 영화 같은 느낌이 있다"며 "마카렛 퀄리가 아닌 데미 무어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을 정도로 강한 존재감을 보인 만큼, 이 영화는 중장년층에게 호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평론가는 변화한 현재 극장의 환경이 '서브스턴스' 같은 독립영화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말과 연초에는 보통 대형 블록버스터가 주를 이루지만, 올해는 국내외 할리우드 대작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독립 영화한테는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고 그 대표 주자가 '서브스턴스'"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