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 사진=연합뉴스(촬영 김계연)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 사진=연합뉴스(촬영 김계연)

홍상수 감독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배우 하성국, 권해효, 조윤희, 강소이 등과 독일 베를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홍 감독은 신작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에 대해 "수다스러운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며 "그저 주어진 것들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30대 시인 '동화'(하성국)가 여자친구 '준희'(강소이)의 부모 집에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홍 감독의 33번째 장편 영화로,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홍 감독은 대화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가 '주어진 것'으로 부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때 주어진 것은 이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라며 배우 강소이로부터 부모가 시골에서 닭을 직접 키우고 산다는 얘기를 듣고 이 영화를 찍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족에 초점을 맞춘 이유에 대해서는 "나는 메시지 형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이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까 이 재료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성국은 촬영에 대해 "일단 영화를 촬영했던 장소가 강소이 배우 부모님의 실제 집이었다"며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잘은 모르지만, 자연 안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영화의 모든 디테일은 어떤 면에서 내가 의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하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는 아니다"며 "나는 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 말하기가 항상 꺼려진다"고 전했다.

또 "많은 입장과 고정관념, 비언어적 표현이 한데 섞여 있다"며 "(관객이) 서로 다른 요소를 골라내 감상하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해효는 이번 영화에서 산 중턱의 전원주택에 사는 준희의 아버지를 연기한다. 그는 "감독님의 작업방식은 많은 분이 알고 계실 거다"며 "촬영하는 날, 촬영 직전에서야 그날 촬영 분량을 확인하고 리허설을 통해 준비한다"며 홍 감독의 연출 방식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침에 받은 이야기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상대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방식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