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금융지주사가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최근 나온 지난해 실적보다 주주환원 규모에 쏠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는 지난해 16조420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대부분 금융지주가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하지만 주가를 가른 건 실적이 아니라 주주환원 계획이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10일 종가 기준 가장 큰 폭으로 주가가 널뛴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지난해 10월 기업가치 제고 방안 발표 이후 꾸준히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다른 금융지주는 주주환원율 목표치 상한을 정해뒀으나 KB금융은 기준 없이 '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초과 잉여 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한다고 밝혀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기업가치 제고 방안 설명 영상에 직접 등장한 것도 투자자 호응을 이끌었다.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순이익과 이익창출능력이 탄탄한 곳인 만큼 상한선이 없다는 점이 큰 기대를 샀다.
KB금융은 지난해 기준 사상 처음 순이익 5조원을 넘겼다. 금융사 중 최초다. KB금융은 올해 1조7600억원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사용한다.
현금배당액은 1조24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0억원가량 늘었다. 다만 주주환원율 증가치는 아쉽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반기 말과 연도 말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한 번의 주주환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본 비율과 연계한 밸류업 방안은 지속가능한 형태로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시장 기대치에 비해 CET1 비율 수준과 자사주 규모는 다소 아쉽다"고 평했다. 실제로 KB금융 주가는 지난 1월 31일 9만17000원에서 10일 8만4900원으로 7.41% 떨어진 값에 거래를 마쳤다.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한 신한금융지주도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신한금융은 CET1 13.03%에도 매년 1조원 규모 자사주 매각을 공언했다. 예상 주주환원 비용은 1조7500억원이다.
주주환원이 생각보다 공격적이란 의견에 천상영 신한금융 CFO는 "공격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며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아주 직관적이고 대단히 가시성이 높은 계획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주가는 5만1100원에서 4만9400원으로 3.32% 하락했다. 신한지주가 매 분기 1조4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의 경상체력을 자신했으나 CET1 비율이 주주환원 기준치인 13%에 근접한 탓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역대 최대 규모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약속했다. 총 4000억원 규모다. 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5년 총주주환원율은 43.3%, 2026년 47.2%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는 1월 31일 6만500원에서 10일 6만7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실적 발표 이전 수준을 유지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말 CET1은 13.13%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외화 위험가중자산(RWA) 경감 효과가 반영될 경우 약 6~7bp 추가 상승할 예정으로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한 상태다.
우리금융지주는 1월 31일 1만6100원에서 지난 10일 기준 1만6310원으로 1.30% 오른 상태로 장을 마쳤다.
이는 주주가치제고 확대 가능성과 함께 비과세 배당에 대한 기대감 덕으로 보인다. 현재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지주 CET1은 12.08%로 타사 보다 낮지만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CET1 비율 상승을 이뤄냈다.
우리금융은 15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과 함께 자본잉여금 3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2025년 결산배당부터 비과세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금융지주 배당수익률은 2024년 기준 7.6%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2024년 실적 발표에서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자본비율을 발표했다"며 "자산 효율화(+33bp) 및 기타포괄손익(OCI) 변동(+21bp)으로 환율 영향(-38bp)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과세 배당은 이미 타 업계에서 도입한 사례가 있지만 우리금융은 주주환원의 배당 비중이 30%로 크고 배당 수익률도 높아 주주의 실질 배당 소득 확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