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은행들이 수익성 강화와 디지털 전환을 이유로 오프라인 지점 축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고령층과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3월 28개 지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오는 3월 7일 27개 지점이, 31일 1개 지점이 문을 닫고 인근 영업점과 합쳐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한은행은 이미 1월에 28개 지점을 통폐합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각각 52개와 36개의 지점을 줄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총 영업점 수는 지난 2023년 말 3927개에서 올해 3월 말 3762개로 감소할 전망이다. 불과 1년 사이에 165개의 지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은행들은 이런 지점 축소의 배경으로 모바일 뱅킹 등 온라인 금융 서비스의 확산과 경영 효율성 제고를 들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은행들이 막대한 이자 수익을 올리면서도 비용 절감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이자 이익은 총 41조876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조7000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지점 축소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계층은 고령자와 디지털 취약계층이다. 이들은 온라인 뱅킹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오프라인 지점 축소는 이들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크게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의 지점 축소는 고객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은행 영업점 축소에 관해 지적하며 은행들에게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을 언급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 행사에서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에 집중하며 물리적 점포 등은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고령자·장애인·비도심 거주자 등 취약한 금융소비자의 금융거래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일부 은행들은 이동식 점포 운영이나 화상 상담 서비스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노조는 주 4.5일 근무제 도입과 함께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해 8월 '2024년 산별중앙교섭 핵심 요구안'을 제시했다. 해당 요구안에는 △주 36시간 4.5일제 실시 등 노동시간 단축 △비정상적 근무시간 정상화(영업 개시 시간 오전 9시→오전 9시 30분)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융노조는 해당 요구안 합의가 결렬될 시 총파업을 경고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