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사태로 외국인들도 국내 증시에 등을 돌렸다. 그나마 코스피에서 선방하던 금융주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특히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주의 주주환원 여력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인들의 국내 시장을 향한 신뢰가 무너진 것으로 보는 시선도 많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승세를 달리던 금융주들이 일제히 무너졌다. 오전 10시 기준 KB금융은 전일 대비 5.73%, 신한지주는 3.72%, 하나금융은 5.45%, 우리금융은 2.73% 하락했다. BNK금융지주는 3.28%, JB금융지주 2.59%, DGB금융지주도 1.07% 하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낙차는 더 확대되는 모양새다.
최근 코스피 하락과는 대조된 모습으로 연일 상승하던 금융주들의 낙폭이 코스피보다 확대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금융주는 배당매력을 바탕으로 외인들의 매수세를 이끌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 10월부터 11월말까지 외국인들이 46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 차가웠던 외국인들도 금융주들은 담았다.
외국인들이 담아서 올랐던 금융주들은 외국인 이탈로 낙폭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이날 오전 10시20분 기준 330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5.2원 오른 1418.1원으로 출발한 직후 10분 사이 1406.2원까지 낙폭을 줄였으나, 다시 1410원 위로 올라서는 등 변동성이 큰 모습이다.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주들의 배당 여력도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주들은 주주환원책으로 배당을 내세웠는데,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배당 기준으로 삼고 있다. KB금융과 신한, 하나금융이 최소 13%를 넘겨 재원을 배당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도 12%에서 12.5%로 CET1비율을 상향하기 위해 위험자산을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CET1비율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산할 때 규모가 커지는데, 외화자산에는 더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면 CET1 비율은 줄어든다. 배당여력이 축소되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자본비율에 3bp 미만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환율에 배당 수익률보다 환차익에 따른 매도 수익률이 확대되면 외국인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치 체제 불안정성이 외국인들로 하여금 국내 자본시장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로서는 언제든 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아주 큰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은 일제히 비상계엄 사태 관련 회의를 열고 환율과 유동성 등 관련 리스크 점검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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