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의 창사 이래 첫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극적 노사 협상으로 파업 위기를 넘긴 지난해와 달리 올해 파업 시계는 좀 더 빠르게 돌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파업 반대를 선언했던 노경협의회도 올해는 노조 편에 서며 사 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3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동조합은 지난 2일 오후 포항제철소 본사 앞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이날 출정식에는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권오탁 한국노총 경북본부 의장, 정상준 한국노총 포항지역지부 의장, 김동일 금속노련 포항지역본부 의장, 김철근 노경협의회 전사대표를 비롯해 포스코 노조 조합원들이 참석했다.
약 1800명의 포항 포스코 노조원들은 '우리는 홀딩스의 지갑이 아니다', '창립 56년 최초 쟁의, 노동자가 경쟁력' 등이 쓰여있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출정식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앞서 포스코 노조는 지난달 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찬성표 77.94%를 획득하며 합법적인 파업권을 손에 넣었다.
포스코는 창립 55주년이었던 지난해에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0%대 찬성표로 노조가 파업권을 획득하며 창사 첫 파업 위기에 놓였었지만, 노사 간의 밤샘 마라톤 회의 끝에 극적 합의를 도출하며 한차례 위기를 넘긴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파업출정식 전 마지막 본교섭이 진행됐던 지난달 29일에도 노사는 끝내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사 측은 이날 기존 제시안 대비 2만원 높인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 지급, 복리후생 포인트 21만원 신설, 노조 복지기금 15억원 출연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제시안이 부족하다며 거부했다.
김성호 위원장은 이날 12차 본교섭 회의장에서 "사 측의 제시안이 조합원들 입장에서 부족하다"며 "연내 타결을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쟁의행위를 결코 가볍게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 망설임 없이 나아가겠다. 우리는 각오가 됐다"고 파업에 대한 결의를 보였다.
이번 파업 출정식에는 노경협의회도 함께 했다. 지난해 파업 위기 당시 노경협의회는 '파업 반대 성명'을 내며 사 측에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새로 선출된 근로자위원들은 지난해와 달리 노조가 외치는 파업 필요성에 동조했고, 노조와 노경협의회가 한데 뭉쳐 파업 출정식에 서며 사 측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출정식에서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은 "회사는 여전히 우리를 탄압하며 조합원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며 "한국노총, 민주노총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고 우리는 모두 하나다. 단결만이 우리의 승리를 이끌 것"이라며 노조원들을 독려했다.

김 위원장은 또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의 자산을 가져가 놓고 다시 해외 법인을 사라고 강요한다며 포스코홀딩스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포스코가 브랜드 사용료도 지급하고 포스코센터 임대료도 내고있다"며 "포스코그룹의 대부분의 수익은 철강업에서 나오는데 우리가 무슨 ATM 이냐"고 토로했다.
사 측의 노조 탈퇴 종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직책, 인사고과, 재채용을 미끼로 노조를 탈퇴시키고 있다"며 "이런 수모를 견뎌낸 조합원들에게 조합원의 권리를 지키고 되찾는 것이 무엇이 잘못된 일인가"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바꿨고 이제 준비가 됐다"며 "우리가 승리하지 못한다면 포스코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노조는 이날 오후 광양제철소 앞에서 두 번째 파업 출정식을 진행한다. 오는 19일에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전 조합원이 모여 서울 상경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