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투자증권이 iM증권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새출발에 나섰지만 차가운 기류가 감지된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여파를 딛고 일어설 재간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이 와중에 iM증권 내부에선 구조조정까지 언급됐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iM증권은 임직원들에게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발표'를 공지했다.
해당 공지에는 위기 상황 대응을 위한 조직개편과 사업구조개편이 담겼다. 희망퇴직과 점포축소 등 인력 개편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iM증권의 이런 발표에 노조는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김형래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iM증권 지부장은 "노동조합과 합의되지 않은 희망퇴직은 구조조정"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실제로 회사가 희망퇴직에 관해 구체적으로 공지한 것은 없으나 회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희망퇴직을 제시한 건 사실"이라며 "합의되지 않은 희망퇴직을 실시할 시 강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iM증권에서 진행한 희망퇴직은 순수 자율을 전제로 한 합의에 기반했다"며 "아직 회사 측으로부터 받은 안건이 없는 상태에서 사내 공지가 올라왔기 때문에 노조가 반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iM증권 관계자는 "현재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성장성과 효율성 제고 방안을 진행해야 할지 이야기 한 것"이라며 "단순히 희망퇴직·점포축소 등 구조조정이 공지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희망퇴직·점포축소 등이 효율성 제고의 가능성 중 하나로 언급된 것이라고 설명하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점포 축소에 관해서는 "만약 점포 축소가 이뤄진다면 통합되는 지점으로 발령날 수도 있고, 다른 유관 부서로 옮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iM증권은 지난해 증권사들에 다가온 부동산 PF '한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실적 악화 행렬에 동참했다. 부동산 PF 시장이 막히면서 올해 초부터 업계의 우려섞인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iM증권은 상반기 연결 기준 814억2800만원 가량의 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대거 적립하면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iM증권은 지난 1분기 365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적립하고 2분기에 추가로 1509억원을 적립했다.
iM증권은 부동산 PF 충당금으로 말미암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부동산 PF 관련 조직과 일부 운용 부서의 인력 효율화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iM증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은 자기자본 1조3000억원의 58%에 달한다.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익스포저 비중이 타 증권사 대비 높은 까닭으로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추가 충당금까지 적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동산 PF 사업에 기대왔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일제히 충당금 여파에 허덕이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선제적인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들과 점점 벌어지는 격차도 뼈아프다. 자본 규모와 네트워크에서 대형 증권사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충당금 적립까지 감당하면서 실적을 반등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형과 중소형 증권사들 사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당국의 부동산 PF 평가 기준이 높아지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쟁쟁한 대형사들과 강소 증권사들 간의 혈투에 실적 제고를 위한 사업구조 다변화도 마땅찮다는 지적이다. iM증권은 최근 나우로보틱스의 기술특례상장 IPO 딜에 도전했으나 대표주관을 대신증권에 내어주고 공동주관에 머물렀다.
일각에선 iM증권의 실적 부진에 DGB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실적 제고에도 제동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금융지주의 지원 사격도 요원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DGB금융지주도 상황이 녹록치 않은 모양"이라며 "iM증권이 지주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