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증권이 쟁쟁한 자본 규모의 대형사 사이를 비집고 채권자본시장(DCM)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달아오름과 함께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의 여전채 '틈새 시장' 공략이 효과를 드러낸 모양새다.
4일 IB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의 DCM 대표 주관 순위에서 한양증권이 10위권 안에 올랐다.
전체 국내채권 대표주관 순위를 살펴보면 1위는 KB증권으로 33조268억원의 딜을 주관했다. NH투자증권이 30조3154억원으로 뒤를 추격하고 있다.
3위는 한국투자증권으로 17조7000억원을 기록했으며, 4위는 신한투자증권이 13조9275억원, 5위는 SK증권이 6조4551억원의 딜을 주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5조707억원으로 대형사 중에선 다소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한양증권이 그 뒤를 따라 7위로 올라섰다. 한양증권이 올해 3분기까지 대표 주관한 국내채권 규모는 4조7999억원 가량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DCM 리그테이블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대표 주관이 아닌 국내채권 인수 순위에서도 한양증권이 8조1240억원을 인수하며 5위를 차지했고 교보증권이 7조3868억원을 인수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수료 수익도 양호하다. 한양증권은 국내채권 인수 수수료 부문에서 91억원을 벌어들이며 6위를 기록했다.
여전채 인수 수수료에서는 1위에 올라섰다. 올해 3분기까지 한양증권이 벌어들인 여전채 인수 수수료는 약 61억원으로 나타났다.
미국 금리 인하 영향으로 채권 시장 전체에 활기가 돌고 있다. 기업들은 속속들이 회사채 발행에 돌입하는 추세다.
일각에선 중소형 증권사들이 그간 금융사 딜에 주의를 기울여왔던 것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국내 정부가 나서서 추진하는 '밸류업' 훈풍이 불면서 금융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채권 시장에서 파이가 넓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게다가 증권사들이 앞서 발행한 단기사채의 만기가 대거 다가오면서 증권채 시장도 함께 활황세에 올랐다고 분석된다.
한양증권은 최근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딜에도 여럿 이름을 올렸다.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주관에 참여했다.
한양증권의 '여전채' 주관 성과에도 시선이 모인다.
3분기에는 KB캐피탈과 KB국민카드 등 굵직한 여전채 딜을 따냈다.
여전채는 카드사,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들이 발행하는 채권이다. 여전사들은 예·적금과 같은 수신 기능이 없어 회사채 발행·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한양증권의 올해 3분기까지 여전채 대표주관 규모는 약 3조9315억원이다. 전체 대표주관 규모가 4조7999억원가량이라는 점에서 여전채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는 일찌감치 중소형 증권사로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여전채 시장을 '틈새 시장'으로 파악하고 주력 시장으로 삼아 뛰어들었다. 지난 3월 4번째 연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경영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한양증권은 현재 지배구조에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대주주인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매각을 진행하면서 KCGI펀드가 인수자로 나섰다.
반면 인수금액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과 함께 파킹거래 의혹이 제기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한양증권은 상반기 성적도 오름세였다"며 "인수합병같은 잡음이 있긴 하지만 하반기에도 좋은 실적을 낸다면 오히려 역량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DCM에선 현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