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F&B ci. 사진 = 교촌F&B
교촌F&B ci. 사진 = 교촌F&B

8년 연속 치킨업계 1위를 지키며 승승장구한 교촌치킨이 업계 3위까지 추락했다. 연이은 가격 이슈에 등을 돌린 고객을 되찾기 위해 교촌은 연초부터 '진심 경영'을 내세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엔비의 지난해 매출은 42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bhc는 5356억원의 매출로 업계 1위를 지켰다. BBQ는 매출 4731억원으로 교촌을 밀어내고 2위에 올랐다.

앞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교촌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당시 교촌뿐만 아니라 bhc와 BBQ를 포함한 치킨업계 전반은 배달 수요 증가 덕을 봤다. 다만 코로나19가 한풀 꺾이면서 '홀 영업'이 정상화되면 '빅3'를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전망은 현실화됐다. bhc 매출은 2021년 4771억원, 2022년 5075억원, 2023년 5356억원으로 상승했다. BBQ 매출도 2021년 3624억원, 2022년 4188억원, 2023년 4731억원으로 매년 뛰었다. 교촌만 나홀로 하락했다. 

교촌의 추락에는 '가격 이슈'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교촌이 빅 3 중 유독 가격 인상 선두에 서며 소비자 불만이 들끓었다는 해석이다.

교촌은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 2000원을 도입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사실상 치킨 가격을 인상한 것 아니냐'라는 비판을 받았다. 2021년에는 일부 가맹점이 배달비를 3000원으로, 2022년에는 4000원으로까지 인상하며 계속 비판에 휩싸였다.

당시 교촌 측은 "배달비는 가맹점 재량"이라며 본사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배달비 도입은 본사가 업계에서 처음으로 시작해 놓고 이제 와서는 가맹점 재량이라고 회피한다"고 반발했다.

여기에 교촌이 도입한 배달비를 타사들이 연이어 도입한 만큼, 배달비 인상도 업계 전반으로 퍼질 것이란 우려가 더해지며 온라인 게시판에는 '생닭 한 마리 가격이 배달비인 게 말이 되나', '이 정도면 소비자를 상대로 갑질하는 것', '괘씸해서 안 먹는다' 등 불만 섞인 글들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외식가격 인상 자제를 공식 요청한 상황 속에서도 홀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또다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교촌 측은 영업이익 감소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해 영업이익이 88억원인데 배당금이 50억원으로 책정됐고, 배당금의 68%가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여론의 뭇매를 맡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빅 3 업체들도 가격을 인상해 현재 빅3 업체들의 치킨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어려운 시기에 3만원에 가까워지는 치킨 값을 보며 분노했던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의 선두에 있던 교촌에 '괘씸죄'를 적용한 형국"이라며 "여기에 가격 인상 효과로 지난해 빅 3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오른 교촌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도 싸늘해 유독 교촌에 가격 저항이 큰 모습"이라고 말했다.

윤진호 교촌에프앤비 국내사업지원부문장(사장)이 지난 4월 18일 경기도 성남시 교촌그룹 판교신사옥에서 교촌치킨의 신메뉴 '교촌옥수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교촌에프앤비
윤진호 교촌에프앤비 국내사업지원부문장(사장)이 지난 4월 18일 경기도 성남시 교촌그룹 판교신사옥에서 교촌치킨의 신메뉴 '교촌옥수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으로 감지된다. 교촌은 올해 초부터 새 비전인 '진심 경영'을 선포하고 '정직과 정성', '도전과 혁신', '상생과 나눔'을 공유가치로 삼았다. 소비자 친화적인 가치를 내세워 고객과의 신뢰 회복에 우선점을 둔 첫 행보로 평가된다.

또 과거 '간장 마늘'과 '레드', '허니' 등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소스로 교촌 신화를 만든 만큼 '치킨라면', '교촌 옥수수' 등 교촌의 명성을 이어갈 신제품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한국 기업 평판연구소의 치킨 전문점 브랜드 평판 지수에서 지난해 10위까지 떨어졌던 교촌치킨의 순위가 올해 5위로 소폭이지만 회복됐고, 지난 4일에는 '2024년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올해의 치킨'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올해의 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교촌을 사랑하는 고객들의 변함없는 사랑과 신뢰 덕분에 이루어진 성과"라며 "앞으로도 교촌은 '진심 경영'을 바탕으로 최고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며 고객에게 더욱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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