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증권사들이 초대형IB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기존 수익모델로는 영업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발행어음을 통해 유동성을 늘리고 수익 확대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이 초대형IB 인가를 공식화했다. 하나증권도 올해 흑자 전환으로 초대형IB 인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대형IB가 되기 위해서는 증권사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재무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 등의 요건을 갖춘 증권사는 당국에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는 지난달 14일 진행된 메리츠금융그룹의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초대형IB 인가를 준비중"이라며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5조6000억원으로 인가 기준이 4조원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초대형IB 인가 조건은 모두 충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관계자는 "상반기 내 자기자본은 6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인가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발표된 만큼 관련 내용이 점점 더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부통제 관련 우려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내부통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제재가 공시됐는데, 이미 해당 직원 징계가 마무리됐고, 리스크관리 전문가인 장 대표이사가 취임해 내부단속이 더 강해졌다는 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예전처럼 공격적인 부동산 영업을 펼치기는 힘들 것"이라며 "위축된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발행어음 라이선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하나도 리스크 해소…당국 PF 연착륙 기조에 속도조절


키움증권도 밸류업 공시를 통해 초대형IB 인가를 공식화했다. 초대형IB 진출의 걸림돌로 여겨진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최근 대규모 주가조작과 관련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오너리스크를 털어냈다는 평가다. 

키움증권은 아직 차액결제거래(CFD)와 관련한 금감원 검사 결과 발표가 남아있다며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이지만, '밸류업 공시 1호' 타이틀을 내걸며 초대형IB 진출에 의지를 밝힐 만큼 가속화할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하나증권 역시 지난해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에 따른 영업적자를 털어내고 올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이 맴돌고 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지난해 정영균 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IB그룹장으로 영입했다. 정 부사장은 삼성증권의 초대형IB 인가를 받고 IB부문을 강화한 핵심 역할을 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세 증권사 모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라는 요건은 충족하고 있다. 올해 내부통제 관련 조직을 꾸리고 재무건전성 회복에 초점을 맞춘만큼 6번째 초대형IB 증권사 등장 여부에 업계 관계자들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당국이 부동산PF 연착륙과 관련해 증권사들에게 추가 충당금을 요구한 만큼 증권사들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말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했지만, 당국 요구에 따라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뒤따른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내 종합투자회사(종투사) 전환을 목표로 했던 대신증권은 당국 기조가 엄격하게 적용됨에 따라 하반기로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자본 요건은 충족했지만 종투사 전환과 관련한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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