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키움증권
사진제공=키움증권

키움증권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았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내놓은 방안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데다가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지표도 누락된 탓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28일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3개년 중기 목표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을 내걸었다. 

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으로는 압도적인 온라인 위탁매매 플랫폼을 앞세워 중개형 ISA 등 리테일 고객 특화 금융상품 잔고를 확대하고 월간활성이옹자수(MAU) 증대를 통해 고객 저변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IB와 세일즈앤트레이닝(S&T) 부문에서도 우량 딜에 집중하고 기업공개(IPO) 빅딜 확대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신규사업으로는 초대형IB 추진, 연금사업,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등이 담겼다. 

지난해 기준 키움증권의 주주환원율은 약 46.7%로 이미 목표치를 넘었다. ROE는 2년째 15%를 하회하고 있다. PBR은 지난해 말 0.52배였으나 현재 0.73배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키움증권이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이미 지난 3월 공정공시한 제고 방안과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키움증권은 지난 3월 기업가치 제고 방안으로 2026년까지 매년 3월마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에도 재무적 지표를 목표치로 세웠고, 임직원 성과보수 체계를 ROE와 연계, 투자자들과의 소통 강화에 나서겠다는 등의 내용을 공시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키움증권이 '생색내기'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들은 주주자본비용(COE)과 총주주수익률(TSR) 목표치가 제외된 점에 아쉬움을 표했고, ROE와 임직원 성과보수 연계도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키움증권 종목토론방에서는 "생색내기 위한 립서비스", "밸류업 1호 타이틀이 무슨의미가 있나" 등의 댓글이 달렸다. 키움증권 주가는 올해 초 정부의 밸류업 추진 정책 발표후 급등했으나 3월 이후 횡보세다. 3월 공시 이후 외국인들은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기관 중 연기금을 제외한 금융기관이나 사모펀드들이 순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상방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9일 논평에서 "키움증권 이사회 책임하에 일반주주 관점에서 주가 밸류에이션, 자본비용,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총주주수익률 등을 이사회에서 토론하고 의결했는지 궁금하다"며 "다른 회사들은 먼저 공시하겠다고 순위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충실한 제고 계획을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사회 검토와 심의를 거쳐 공시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계획으로 내놓은 신사업에도 물음표가 달렸다. 키움증권은 이미 오래 전 초대형IB 인가 기준인 자본총액 4조원을 넘어섰고, 인가 계획도 수년째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라덕연 사태' 연루 의혹과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의 주요 창구 역할을 했다는 논란이 가중되면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1호 공시 효과에도 주가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미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공시했고 이번 공시는 이의 구체화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주가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자본시장 이벤트 내 의의를 갖는 사례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 공시에 대해 "주주중시 경영의 진정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며 "ROE, PBR, 주주환원율 30% 등 구체적인 수치가 명확해 금융당국 정책에 맞춰 빠르게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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