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블록딜 사전 공시 의무제를 앞두고 기업과 사모펀드(PEF)들의 블록딜이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과 투자은행(IB)들도 경쟁체제에 돌입하며 각축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24일 '블록딜 사전 공시 의무제'를 시행한다.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임원이나 지분율 10% 이상인 주요 주주가 발행주식 수 1% 이상을 거래할 때 가격, 수량, 기간을 블록딜 90일 이전부터 최소 30일 전까지 공시해야 하는 게 골자다.
일반적으로 블록딜이 발생하면 매수자가 주식을 다시 팔면서 시장에 유통주식이 늘어나 주식가치가 희석된다. 주요 주주들의 블록딜 이유는 다양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주요 주주들은 예고없이 최대한 빠르게 블록딜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중 실현된 가장 큰 블록딜은 삼성 오너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진행한 블록딜이었다. 주관은 골드만삭스·시티글로벌마켓증권·JP모건·UBS 등 글로벌 IB들이 주관했다. 일부 대형딜은 국내 하우스들이 참여하면 지분 매각 소식이 빠르게 퍼져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주로 외국계 IB들에게 주관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다만 블록딜 사전 공시 의무제를 앞두고 급해진 주주들이 국내 주관사들을 선정하고 서둘러 지분 매각에 나서고 있다. 삼성 오너일가들의 블록딜 이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신한지주), 칼라일(KB금융), SK스퀘어(크래프톤), 정혜신 알테오젠 공동창업자(알테오젠), 류광지 회장(금양)의 블록딜은 모두 외국계가 장악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 블록딜(684억원)을 삼성증권이 주관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증권은 삼성SDS의 한국정보인증 블록딜(100억원)도 주관을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스톤브릿지의 DS단석 블록딜을 주관했다. 스톤브릿지는 이번 블록딜을 통해 약 234억원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스톤브릿지는 DS단석의 보호예수기간이 풀리면서 지난 4월에도 블록딜을 체결했다.
KB증권은 블루런벤처스(BRV)의 에코프로머티 지분 블록딜에 외국계와 함께 참전한 바 있다. 효성그룹의 인적분할 자문역을 맡으며 인적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자사주 블록딜도 주관을 맡았다.
NH투자증권은 블록딜 시장 확대를 예상하고 TF팀으로 존재했던 블록딜팀을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홀세일 본부 내 정식 팀으로 변경하며 대응에 나섰다.
사전 공시 의무제 외에도 인수합병(M&A) 시장이 냉각되면서 증권사들이 블록딜 시장에 눈을 돌렸다는 해석도 있다. 보통 블록딜 매도 수수료는 0.1~0.3% 수준이지만, 이렇다 할 M&A 딜이 없다 보니 소액이라도 챙기려 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증권사들은 블록딜 고객 찾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IB 관계자는 "외국계 IB 위주로 진행되던 블록딜에 국내 증권사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PE나 주주들의 매각 타이밍이 관건이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시장을 계속 눈여겨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