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래프톤이 올해 1분기에도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두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크래프톤의 호실적이 주목받는 이유는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라는 단일 지식재산권(IP)만으로 이뤄낸 성과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1분기 배틀그라운드 관련 사업은 전체 매출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잘 키운 IP 하나가 7년째 크래프톤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원 IP 리스크'는 크래프톤의 해묵은 과제다. 크래프톤은 지난 2022년 12월 신규 IP인 3인칭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출시했으나, 20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대비 저조한 판매량인 200만장을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1분기 영업이익 게임업계 선두 차지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매출액 6659억원, 영업이익 3105억원, 당기순이익 348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24.6%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89% 증가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 분기 기록을 경신했으며, 영업이익은 넥슨(2605억원)을 넘어 국내 게임업계 선두를 차지했다.
크래프톤의 올해 1분기 호실적은 배틀그라운드 IP 기반 게임의 트래픽 증가 덕이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사업 부문별 매출액은 △PC·콘솔 2552억원 △모바일 4023억원 △기타 8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 PC·콘솔 부문 매출과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22년 무료화 전환 이후 최대 수치를 달성했다. 회사는 지난 4분기 맵 업데이트와 올해 1분기 출시한 성장형 무기 스킨 등의 인기로 트래픽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금 곳간도 넉넉하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현금성자산은 8806억원으로,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2조4847억원을 합하면 현금성자산 규모는 약 3조3653억원에 이른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9.9% 증가한 수치다.
그럼에도 회사의 차입금 규모는 70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자회사 라이징윙스가 김정훈 라이징윙스 대표에 차입한 것으로, 사실상 무차입으로 볼 수 있다.
인도 게임시장 탑티어 퍼블리셔 도약
크래프톤은 올해 성장 전략으로 IP 확장과 인도시장 선점을 내걸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미 지분 투자와 퍼블리싱을 결합한 세컨드파티퍼블리싱 계획을 10개 이상 진행했다고 밝혔으며, 인도 게임 시장에서의 탑티어 퍼블이셔이자 유관 사업 또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크래프톤은 인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다양한 퍼블리싱 경험과 게임 중심 투자에 집중해 인도 시장 1위 퍼블리셔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이미 인도 게임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를 직접 서비스하고 있는 만큼, 현지화와 지역 마케팅 강점을 통해 인도 게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니코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도 게임 인구는 4억4400만명에 달하며, 게임시장 규모는 1조711억원에 이른다.
크래프톤은 국내외 개발사에 대한 지분 투자 및 세컨드파티 퍼블리싱을 통해 글로벌 유망 IP를 확보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총 10건의 투자를 진행했으며, 올해는 벌써 상반기에만 9건의 투자를 단행했다. 회사는 이러한 계획에 맞춰 지난 2월 국내 게임사 데브시스처즈의 모바일 러닝 게임 '쿠키런'의 인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크래프톤 산하의 스튜디오나 지분을 투자한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며, '쿠키런'과 같은 서드파티 퍼블리싱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며 "인도 퍼블리싱에 있어선 BGMI를 통해 확보한 현지 유저 베이스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과도한 배틀그라운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신작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출시가 예정된 신작은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 '프로젝트 블랙버짓' 등 3종이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신작은 다크앤다커 모바일이다. 크래프톤 자회사인 블루홀스튜디오가 개발한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배틀로얄과 RPG가 결합한 익스트랙션 RPG 장르 신작으로, 원작 IP(지식재산권)인 다크앤다커는 지난해 8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서 얼리엑세스 직후 1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몰리며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4월 한국 지역에서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첫 베타테스트를 진행했으며, 하반기 단계별 마케팅 확장을 통해 글로벌 출시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원작 IP인 게임사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는 현재 넥슨과의 저작권 분쟁이 본안소송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 향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넥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다크앤다커의 개발사 아이언메이스 관계자 일부에 소송을 냈다. 과거 넥슨에서 근무한 개발자가 미출시 프로젝트인 P3의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해 게임을 개발했단 주장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원작 IP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라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으며, 다크앤다커 모바일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앞서 엔씨소프트가 웹젠의 게임 'R2M'이 자사의 게임을 모방했다고 낸 소송이, 다크앤다커 본안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이철우 게임전문 변호사는 "해당 사건에서 재판부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내 각 구성요소와 그 선택·배열·조합에 따라 형성되는 시스템에 대하여 창작성이 없다고 보아 저작물성을 부정하였지만,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되는 성과로 판단했다"라며 "(해당 판결은)저작권법 침해 여부보다 '에셋' 등 요소가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성과인지 및 이를 무단 반출한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가 주된 쟁점인 다크앤다커 사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
이에 크래프톤 관계자는 "원작에 대한 글로벌 팬들의 다양한 평가와 함께 향후 나올 사법적 판단을 제3자로서 지켜보고 존중할 것"이라며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블루홀스튜디오가 개발한 '프로젝트AB'의 서비스명으로, 게임의 에셋은 원작과 관계없이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