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효율 풀무원 총괄 대표가 공들인 중국법인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풀무원 해외법인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던 중국법인은 전폭적인 투자가 시작되자 오히려 매출이 하락하고 적자 늪에 빠졌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풀무원은 지난해 매출 2조9934억원, 영업이익 6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가각 135.4%, 5.5%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해외법인 매출은 815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2.7% 정도에 그쳤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30여년간 꾸준히 글로벌 시장을 두드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풀무원은 크게 미국, 중국, 일본 시장에 투자를 진행해 왔다. 중국법인은 2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사업 적자탈출의 희망으로 불리며 대규모 투자가 단행됐다. 하지만 중국법인은 현재 풀무원의 해외시장 청사진에서 이름을 찾기 힘들 정도로 존재감이 사라졌다.
풀무원은 2022년 현지 법인인 푸메이뚜어식품 베이징 1공장에 파스타 생산설비 증설에 들어가 연 생산량을 4500만개에서 1억개로 늘렸다. 그해 4월에는 300억원을 투자해 베이징 2공장을 준공하고 연간 두부 생산량을 6000만모로 8배 이상 늘렸다.
당시 중국법인 매출은 2019년 288억원에서 2020년 558억원, 2021년 874억원, 2022년 1052억원으로 꾸준히 늘어가던 추세였다.
이 총괄대표는 2022년 3월 중국 베이징 공장에서 "베이징 1, 2공장을 중심으로 향후 충칭, 상하이 등 중국의 남방 지역에도 냉동과 냉장 가정간편식(HMR) 생산 기지를 건설해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가속화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투자가 시작되자 매출은 오히려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그해 풀무원의 중국 현지 자회사 북경포미다녹색식품유한공사와 상해포미다식품유한공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76.36%, 37.45% 감소했고, 2023년 3분기에는 각각 5억원, 8억원대의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2023년 풀무원의 중국시장 매출은 815억원으로 3년 전보다 퇴보하며 실패한 투자의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풀무원이 40주년을 맞아 올해 발표한 '글로벌 NO.1 지속가능식품기업' 청사진에서 중국시장은 소외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플랜트스파이어드(Plantspired)', 일본에서는 '토푸 프로틴(Toffu Protein)' 등 국가별 특성에 맞는 브랜드 전략으로 지속가능식품을 확장하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졌다. 상황이 이러니 일각에선 "중국시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 풀무원 관계자는 "중국 내 사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올 상반기 기준 중국 매출 4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파스타를 주력으로 현상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풀무원의 주력 계열사 풀무원식품은 해외 식품 사업 부진으로 지난해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이 BBB+ '안정적'에서 BBB+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