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에서 판매중인 3개 제품. 사진=풀무원 홈페이지
풀무원에서 판매중인 3개 제품. 사진=풀무원 홈페이지

풀무원의 새로운 생수 '풀무원 퓨어'가 기존 제품과 무기질 함량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문제는 같은 무기질 함량에도 불구하고 신제품이 기존 제품보다 30% 이상 비싸 자칫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의 화살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풀무원샘물 △풀무원샘물 워터루틴 △풀무원 퓨어 등 3개 생수 브랜드를 유통 중이다. 이 가운데 3개 제품을 모두 판매 중인 쿠팡에서 이들 생수의 2L 12개 기준 가격을 비교해 보면 풀무원샘물 7930원, 워터루틴 7100원, 풀무원 퓨어 1만380원으로 제각각이다.

그런데도 3개 제품 모두 '수원지'는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화동로 1870번길 142-24로 동일하다. 같은 수원지의 같은 물을 각기 다른 이름으로 각기 다른 가격에 판매 중인 셈이다.

현재 유통되는 생수 제품 중 수원지가 중복되는 경우는 많다. 전국 지자체에서 수원지로 등록된 곳은 한정돼 있는데 여러 기업이 같은 수원지의 물을 판매 중이다. 이 경우에는 각 기업마다 브랜드, 제품 이미지, 마케팅 비용 등이 다르게 책정돼 같은 물이어도 가격은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런 시장 원리를 고려해도 풀무원의 가격 정책은 얘기가 다르다. 하나의 회사가 하나의 수원지에서 3개의 생수를 판매 중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풀무원은 수원지가 같은데도 불구하고 3개 제품이 다른 물이라고 설명해 의아함을 키웠다.

풀무원 관계자는 "제품 상세설명을 보면 제품마다 무기질 함량이 다르다"면서 "수원지가 같아도 물을 취수하는 취수정(수심·장소)이 다르면 무기질 함량이 달라지므로 각 제품은 다른 물"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흐르는 물이라고 가정해 보면 상류와 하류 성분이 다를 수는 있다. 한 과수원에 자란 사과라도 볕이 잘 드는 곳과 잘 안 드는 곳의 사과 당도는 각각 다르고 맛이나 가격도 차이가 발생한다. 하지만 지하수는 땅속에 있는 물이라서 흐르는 물에 대입해 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예를 들어 욕조에 물을 가득 담아놓고 양쪽 끝에서 물을 채취한다고 가정하면 양쪽에서 채취한 물은 동일한 물이다. 하지만 풀무원은 이 두 물의 성분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또 "풀무원 샘물의 경우 프리미엄 라인으로 보면 되고 워터루틴은 미네랄 햠량이 적어 가격이 저렴한 대신 목 넘김이 부드러운 특징이 있다"면서 "제품 상세페이지에 고객이 알아볼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같은 제품이 아니라 같은 회사에서 출시하는 각각의 브랜드로 봐야한다"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풀무원샘물 홈페이지를 보면 이런 설명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해당 홈페이지 워터루틴 제품 상세설명 페이지에는 관련 내용 설명이 없다.

심지어 해당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3월 출시한 '풀무원 퓨어'의 경우 무기질 함량이 달라 다른 제품이라는 풀무원의 설명이 무색하게 가장 저렴한 워터루틴과 무기질 성분이 동일하다. 물론 수원지도 동일하며 가격은 30% 이상 비싸다.

'풀무원 퓨어'와 '풀무원 워터루틴' 무기질 함량.
'풀무원 퓨어'와 '풀무원 워터루틴' 무기질 함량이 같다. 사진=풀무원샘물 홈페이지 갈무리

보통은 같은 제품의 패키지와 디자인을 변경하면 이를 '리뉴얼(재단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풀무원은 같은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둔갑시켜 신제품이라는 명목 아래 가격을 부풀려 판매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또 서로 다른 각각의 결과가 있을 때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할 수 있는데 둘 중 무엇을 선택해도 결과가 같다면 오히려 선택에 혼동을 주는 것이다 보니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모습이다. 

이날 풀무원 퓨어 제품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신제품이고 가격이 비싼 만큼 더 좋은 물로 생각하고 구매했다"며 "제일 싼 제품을 판 갈이 해서 비싸게 파는 것은 소비자 우롱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풀무원 관계자는 뒤늦게 "무기질 함량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고 수원지가 같아도 취수할 때 약간의 차이가 생기는 정도로 보면 될 거 같다"며 기존 설명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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