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프로필 사진. 사진 = 어도어 제공, 연합뉴스
뉴진스 프로필 사진. 사진 = 어도어 제공, 연합뉴스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HYBE)를 상대로 벌인 공방에서 '콘셉트 카피' 주장이 제기됐다. 아이돌 그룹간 유사성 문제는 아이돌 팬덤 등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논란 소재다. 그러나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는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범위가 넓고, 아이디어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한다.

민 대표는 지난 22일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민 대표는 입장문에서 "하이브의 레이블 중 하나인 빌리프랩은 올해 3월 여성 5인조 아이돌 그룹 아일릿을 데뷔시켰습니다"라며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출연 등 연예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어도어는 2021년 설립된 연예 기획사 하이브 산하 레이블(자회사)다. 민 대표는 어도어 설립 이전 하이브의 CBO(최고 브랜드 관리자)였으며, 어도어 설립과 함께 이직했다. 어도어에 소속된 대표적 아티스트는 2022년 데뷔한 5인조 아이돌 그룹 '뉴진스(NewJeans)'가 있다. 뉴진스는 민 대표가 제작부터 참여해 그룹 콘셉트, 키워드, 디자인, 의상, 테마 등 전체적 이미지 형성을 주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민 대표와 하이브의 논쟁 외에도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는 흔히 '표절' 또는 '유사성'을 지적하는 경우가 잦다. 아이돌은 음악뿐만 아니라 콘셉트(이미지)로 그룹 정체성과 차별화된 매력을 형성·유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팬덤 공식 색, 숫자 및 동물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멤버 및 그룹의 상징성과 팬덤의 소속감을 부여하는 아이돌은 특히 논란이 잦다.

유사성 지적에는 국가·차원 구분이 없다. 지난 2020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에스파(aespa)'가 '블랙맘바' 공개 당시 K/DA(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로 이뤄진 가상의 K-POP 걸그룹)와의 콘셉트 유사성 논란이 일었다. 가장 큰 논란이 된 지점은 '블랙맘바' 뮤직비디오에 K/DA 'POP STAR' 뮤직비디오와 유사한 표현·상징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해당 문제는 'POP STAR' 뮤직비디오 원작자인 티모 헬거트가 SNS를 통해 "내 작품을 카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에이티즈'의 팬들이 '엔믹스'와의 콘셉트 유사성을 지적하며 비교한 사진. 사진 = 네이트 판 갈무리
아이돌 그룹 '에이티즈'의 팬들이 '엔믹스'와의 콘셉트 유사성을 지적하며 비교한 사진. 사진 = 네이트 판 갈무리

2022년 데뷔한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엔믹스(NMIXX)'는 KQ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 '에이티즈(ATEEZ)' 팬덤으로부터 엔믹스의 데뷔 앨범인 'AD MARE'의 '유토피아를 찾아 나서는 항해사' 콘셉트와 에이티즈의 데뷔 타이틀곡 '해적왕'의 '항해자' 콘셉트 및 뮤직비디오 느낌, 콘셉 포토 등이 유사하다는 주장을 제기받았다. 이와 관련해 한때 X(구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JYP_표절논란_해명해'라는 내용의 해시태그가 오르기도 했다.

유사성 지적이 최근 대두된 문제도 아니다. 1999년 발표된 대성기획(현 DSP 미디어) 소속 1세대 아이돌 그룹 '핑클(FIN.K.L)'의 '영원한 사랑'은 뮤직비디오·패션 등이 일본의 아이돌 그룹 '모닝구 무스메'를 비롯한 다수 아티스트들을 따라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이처럼 콘셉트가 중시되는 아이돌 특성상, 역으로 이를 활용한 컨텐츠도 있다. 딩고 글로벌 채널 'DGG'가 제작한 예능 컨텐츠 '내 이름은 손민수'는 코미디언 이은지가 아이돌들을 만나 '손민수 하기(누군가를 그대로 따라하기)'를 시도하는 내용이다.

논점은 표절, 즉 아이돌의 콘셉트 유사성을 가를 기준이다. 저작권법에는 제2조 제1호에 저작권이 보호되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상담센터의 답변을 참조하면 저작물로 인정받을 중점은 '표현'으로, 형식과 형태가 유사할 때에만 표절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저작물로 인정받더라도 문자, 말, 음, 색 등 창작적 표현으로 표절을 구분할 수 있다.

'오마주'는 표현이 유사하지만 표절과는 다르다. 오마주는 존경 또는 존중 등의 이유로 주요 대사 및 장면 구성 등 표현의 핵심 요소를 차용해 오는 것을 의미한다. 단, 오마주 역시 표절과 법적으로 구분할 기준이 모호해 저작권 침해 사례로 간주되거나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도 한다.

아이돌의 콘셉트는 주로 '키워드' 중심으로 미술, 음악, 가사, 앨범 구성 등으로 구분된다. 저작권법과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상담센터의 답변에 따르면 이 중 아이돌 소속사의 저작권이 인정될 수 있는 영역은 앨범 디자인을 비롯한 미술과 음원 등 음악적 영역, 가사 등 구체적 표현으로 창작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한국풍 키워드로 부채를 들고 한복을 입은 예시를 들 때, 두 그룹 중 어느 쪽도 표절을 주장할 수 없다. 구체적 표현으로 '창작'된 것이 아닌 아이디어의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무 일부를 허락 없이 가져갔거나 가사를 베낀 경우, 앨범아트 디자인을 표절한 경우 등에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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