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매섭게 불었던 날 밤 광화문 거리였다. 그날따라 더 추웠던 광화문 밤거리를 보험사 홍보 담당자분과 걸었다.
그러다 불쑥 "보험 기자라면서 보험사 하나도 안 좋아하는 거 같다"며 "가끔 보험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알려주고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생각을 전한다는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는데, 당시 이슈였던 보험중계기관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싶어 뜨끔했다.
실손보험 중계기관 선정을 두고 금융당국, 보험업계, 의료업계는 갈등 양상까지 보이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관련 기사도 쏟아졌다. 수많은 기사 가운데 내가 어떤 차별화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연차가 짧다는 핑계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었는데 딱 걸린 것이다.
그 이후로 편파적일 수도 있지만 보험사가 하는 생각이 뭔지 알고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협회와 TF회의에 참여자부터 보험사 등 모두의 의견을 들었다. 갈수록 짬뽕이 되기도 했고 우당탕하기도 했지만, 나만의 생각을 만들어 보자 했던 것은 나름 성과를 거뒀다.
결과론적이지만 최종 결정이 된 이후 되돌아보면 그동안 선정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과정 중에는 얼마나 많은 의견 조율이 있었는지 알게 됐다.
또한 보험개발원의 장점과 더불어 선정되지 못한 다른 후보들이 가졌던 장점들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혼자 했던 생각들은 '보험 가입자가 편하면 된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보험개발원도 내가 내린 결론에 가장 부합하는 기관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수많은 생각 끝에 볼이 빨갛게 될 정도로 추웠던 광화문 밤거리를 돌아본다. 보험사 홍보담당자분이 전하고자 했던 보험사의 생각도 '가입자가 편한 곳'이 아니었느냐고 감히 생각해 본다. 아울러 말 많았던 중계기관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