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손보험 간소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중계기관 선정을 놓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개정안 시행 9개월을 앞두고도 보험업계와 의료업계의 평행선이 계속되자 복수의 중계기관 검토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이후 중계기관 선정에 여전히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실손보험 간소화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14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이후 이 개정안은 정부 법률 공포 절차를 거쳐 1년 뒤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 9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중계기관 선정을 두고 보험업계와 의료업계의 입장차로 공회전만 거듭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 이어 3주 만인 지난 1일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및 전산화를 위한 중계기관 선정' 두 번째 회의에서도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입장차만 확인됐다.
실손보험 중계기관은 병원에서 보험사에 의료 데이터를 보낼 때 거치는 전송대행기관을 뜻한다. 보험업권 개정안 통과 당시 중계기관 선정은 시행령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전제조건이 달렸다.
중계기관 선정을 두고 진통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은 아예 복수의 중계기관을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보험업계가 요구하는 1곳과 의료업계가 추천하는 1곳 등의 절충안을 모색하는 방향이다.
현재 의료업계는 전자차트 프로그램(EMR)인 '의사랑'을 개발 운영 중인 핀테크 기업 지앤넷을 중계기관으로 요구하고 있다. 의사랑은 전국 병·의원 절반가량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진료기록과 의사의 판단기록을 담는 전자 기록 체계다.
의료업계는 해당 핀테크사를 중계기관으로 선택할 경우 의료업계가 우려하는 비급여 진료명세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또는 보험개발원에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의료업계가 중계기관으로 지앤넷을 추천하는 이유는 의사랑과 더불어 이 프로그램과 연계해 실손 보험금 청구 서비스도 일부 운영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복수의 중계기관 운영에 난색을 보이는 분위기다. 여러 시스템을 통해 중복으로 보험금 청구가 접수되면 보험금 심사가 어려운 점에서다.
특히 중계기관 시스템 구축 비용을 보험업계가 부담하기로 했는데 복수의 중계기관을 선정하면 효율성과 비용 대비 성능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보험업계에서 거론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행 기관들 청구자료는 민감정보로 분류돼 (의료업계에서 주장하는) 유출은 꿈도 꾸기 어렵다"며 "어떤 부분에서 이런 우려가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자 주장을 펼치며 대립하기보다는 보험 가입자 편의를 위해서 서로 조금씩 양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