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먹구름 낀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대부분 시장 예상치(컨센서스)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충당금 규모가 확대된 탓인데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에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라고 엄포를 놓은 영향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과 더불어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도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적자를 시현하면서 실적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4분기 지배주주순손실은 미래에셋증권이 1598억원, 한국금융지주가 254억원으로 적자를 시현했다. 금융지주 산하의 하나증권은 4분기에만 2565억원, 신한투자증권도 122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적자는 면했지만, 컨센서스를 밑돈 건 마찬가지다. KB증권도 전분기 대비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

증권사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대표적인 이유는 충당금 규모가 시장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1000억원과 투자목적자산 손상차손 3500억원 등 총 4500억원의 비용요인이 반영됐다. 한국금융지주는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약 2200억원, 부동산펀드 손상 약 2200억원 등 총 4400억원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도 충당금 영향이 컸다. 하나증권은 IB자산에 대해 4분기에만 3870억원, 지난해에만 약 6500억원 가량의 손실 처리를 했다. NH투자증권도 4분기 충당금 600억원을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금융당국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금융당국과 증권사 CEO 간담회 때 나온 이복현 금감원장의 엄중 경고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간담회 당시 지난해 12월 결산 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달라"며 "단기적인 이익 목표에 연연해 PF 예상 손실을 느슨하게 인식하는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에 부동산PF 관련 리스크가 타 증권사 대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은 삼성증권이나 NH투자증권도 금융당국을 의식한 듯 시장 예상보다 더 많은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증권은 4분기 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 전까지 시장에서는 삼성증권의 4분기 순이익을 929억원으로 예상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이 예상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이유는 4분기 중 충당부채전입액 392억원, 대출채권손상손실 1402억원 등이 반영된 결과인데 대체투자자산 관련 손실을 보수적인 관점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선 금융당국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부동산 PF 리스크가 적은 회사들도 시장 예상보다 확대된 규모로 충당금을 설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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