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판교 SK케미칼 본사 전경. 사진=카카오맵 갈무리
경기 판교 SK케미칼 본사 전경. 사진=카카오맵 갈무리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는 오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 금고 4년형의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21년 1월 1심이 CMIT/MIT 성분이 폐 질환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 전원 무죄를 선고한 것을 뒤집은 결과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출시 이전 SK(당시 유공)은 유공 생물공학연구실에 살균력과 안정성을 충족시키는 적정농도 등의 실험을 의뢰했으며, 생물공학연구실로부터 "독성시험을 수행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데이터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생물공학연구실이 제기한 의문은 당시 과학 기술 수준과 제조판매업자의 통념에 비추어 당연히 제기돼야 하고 제기될 수 있고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의문"이며 출시 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으로부터 동물 간이 흡입노출시험 결과 백혈구 수치 감소 등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음에도 판매 중지나 회수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이 같은 행위가 제조·판매업자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업무상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더불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동물 간이 흡입노출시험 보고서가 서로 건네졌다는 점으로 안 전 애경 대표 등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1심에서 제기되었던 CMIT/MIT 성분 유해 입증 불가 입장에 대해서도 "CMIT/MIT는 세포독성이 매우 높은 저분자 화학물질로서 세포와 접촉해 빠른 시간 내에 독성을 발현시키고 다른 대사체로 변환되는 물질이므로 PHMG/PGH(다른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독성 화학성분)와 달리 폐 축적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폐에 도달하는 양, 노출 기간 등이 독성 발현의 주요 기전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2017년부터 발표된 여러 역학 연구결과들에서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사용 전후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입원 발생의 격차가 관찰됐으며 가습기 살균제 노출 기간에서 비노출 기간보다 폐렴, 간질성 폐질환, 천식 등 호흡기계 질병의 발생률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앞서 1심은 CMIT/MIT가 폐나 하기도에 도달·축적이 어렵고 권장사용량의 조건에서 무영향농도보다 현저하게 낮은 양이 노출된 것으로 보이며 쥐를 이용한 초창기 급성·아만성 흡입독성 실험결과 PHMG/PGH와 유사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므로 폐질환과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를 비롯한 11인은 지난 2019년 7월 독성 화학 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따르면 2023년 12월 31일 기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총 7891명이며 이 중 1843명이 사망했다. 이 중 애경산업·SK케미칼이 판매한 '홈크리닉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피해자는 163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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