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증거를 은폐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박철 전 SK케미칼 부사장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다. 박 전 부사장이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지 421일만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는 증거인멸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부사장의 항소심을 오는 11월 23일 진행한다.
박 전 부사장은 자신이 받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지난 2011년 가습기살균제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도 회사 차원의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부사장은 하지만 언론 유출을 우려해 사본을 보관하도록 지시했을 뿐 증거인멸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항소심에서 박 전 부사장의 자료 보관 등 지시 행위가 '증거인멸'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검찰과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앞서 SK케미칼 전신인 유공이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할 당시 받은 유해성 실험 결과를 은익한 혐의로 박 전 부사장 등 관련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SK케미칼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회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SK케미칼은 형사고발 된 후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고 PHMG 성분과 가습기 살균제의 관련성·제조용법도 알고 있었지만, 박 전 부사장 등은 직원에게 위증하도록 했다"며 유죄 판단했다.
한편 박 전 부사장 등 '가습기 살균제 증거 인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SK케미칼 전 임원들은 여전히 현직 임원 등 고위직을 맡고 있다. 박 전 부사장은 현재 SK디스커버리와 SK가스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재직중이다. 이광석 당시 홍보실장은 SK케미칼과 SK가스에서 미등기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판사 출신인 양정일 SK케미칼 전 법무실장도 SK케미칼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중이다. 양 전 실장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부사장이 재직 중인 SK가스는 범죄 혐의가 확정되면 박 전 부사장의 거취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SK가스 관계자는 "재판은 1심 후 2심을 진행 중에 있다. 아직 이분들의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지금 단계에서 결정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재판이 모두 끝난 후 결과에 따라 거취는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