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에만 세 번째 하한가 사태와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2곳은 불법 공매도를 지속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시장 신뢰가 흔들리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에서 돈을 빼는 모양새다.
20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영풍제지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일당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일당은 주가 조작 자금을 모집하는 등 영풍제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코스피 상장사인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은 지난 18일 동시에 갑작스러운 하한가를 찍었다.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은 매매정지 조치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지난 7~8월부터 시세조종 의혹을 인지하고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4월과 6월 주가조작으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일어났고, 이와 유사한 형식의 불공정 거래를 파악하고 조사에 나섰다.
지난 4월에는 대성홀딩스 등 8종목이 난데없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라덕연 일당이 의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띄운 종목들로 알려져 일명 'SG증권발 폭락 사태', '라덕연 사태'로 불렸다. 이후 6월에도 동일산업 등 5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는데, 거래량이 적고 자산주로 꼽히는 종목인 점, 특별한 호재나 실적 성장 없이 장기간에 걸쳐 주가가 상승했던 종목이라는 특징이 공통점으로 꼽혔다. 영풍제지도 이에 해당해 조사가 이루어진 셈이다.
영풍제지가 하한가를 기록하기 이틀 전인 16일에는 홍콩계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와 HSBC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560억원대 불법 공매도를 일삼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고 사후 차입하는 무차입 공매도로 차익을 남겨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BNP파리바와 HSBC가 불법 공매도를 한 기간 동안 카카오 주가는 47% 급락했고, 호텔신라도 15% 하락했다. 금감원은 BNP파리바와 HSBC에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불법 공매도 과징금은 지난 3월 외국계인 ESK자산운용이 받은 38억7000만원이 최대다.
업계에서는 주가조작과 불법 공매도는 적발된 시점이 올해일 뿐, 장기간에 걸쳐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장 제도나 특정 종목의 구조적 취약성을 노렸다는 점에서 신뢰도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5.5조로 9월 대비 3.5조 줄어었다. 한국예탁원에 따르면 18일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6.6조로 9월말 대비 6조가 감소했고 개인 CMA 잔고는 56.8조로 9월 말 대비 5.5조 줄었다. 매크로 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지만,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점도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나는 데 한 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특히 적발 사례가 늘어난 것을 두고 이복현 금감원장의 존재감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후 적발 사례가 늘어난 것 같다"라며 "검찰 출신인 것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불공정거래에 강력한 경제 형벌을 줄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해 6월 국회를 통과했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이후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