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바디프랜드
사진=바디프랜드

바디프랜드 노조가 사상 첫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교섭 자세와 진정성에 대해 양측이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사측은 교섭에 성실히 임했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반면, 노측은 의문을 제기 중이다.

지난해 6월 출범한 바디프랜드 노조는 약 1년간 스무 차례 사측과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논의를 이어왔으나 지난 9일 최종 교섭마저 파행을 맞이하면서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첫 번째 쟁점은 교섭장소다. 노사는 지난해 10월 19일 1차 교섭부터 2023년 8월 9일 20차 교섭까지 모두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 수서타워에서 오피스텔 1개 호실을 대여해 진행했다.

해당 건물은 바디프랜드 사업장과 무관한 곳으로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본사로부터 5km 이상 떨어져있다.

노측은 "본사 사옥 내 사무실을 제안했으나 사측이 수용하지 않았고, 노측 교섭위원의 근무지인 지방에서도 번갈아가며 진행하자는 요청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본사 및 라운지 직원들과 노조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피스텔 1개 호실만을 빌려 공간이 다소 협소한 탓에 지난해 코로나19로 예민한 시기에는 교섭시간이 길어지면 부담스러웠다. 또 별도 대기실이 없어 정회 중에는 노사 중 한 쪽이 밖에 나가 기다려야 했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사측은 "양측 합의 하에 결정된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바디프랜드 노사교섭 사측 참여명단. 그래픽=김하늘 기자
바디프랜드 노사교섭 사측 참여명단. 그래픽=김하늘 기자

두 번째 쟁점은 교섭위원의 권한 문제다. 사측 전현직 교섭위원은 약 10명으로 교섭당 평균 참석 인원은 4명이다. 이 중 임원급은 대표교섭위원을 맡은 ㄱ경영지원본부장(前 경영지원실장)이며, 차장~팀장급 실무진과 외부 노무사 등으로 구성됐다.

노측은 사측에서 해결 의지가 부족하다면서 "실무 교섭위원에는 결정권이 없어 안건 대부분에서 경영진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별도로 가져야 하는 탓에 원활한 협의가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 마련한 단체협약 모범안에 따르면 노사 쌍방의 대표위원은 단체교섭에 필히 참석해야 한다. 경영진이 불참하면 교섭에서 사측의 책임 있는 태도를 기대할 수 없는 까닭이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할 때는 실질적 교섭이 가능한 위원에게 결정권을 위임해야 한다. 조합의 의견을 듣기만 하거나 경영진 의향을 전하기만 한다면 불성실교섭이자 부당노동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ㄱ본부장은 1차, 4차, 7차, 11차, 15차 등 대표교섭에 5회 참석했으며, 그 외 실무교섭에서는 팀장급 교섭위원이 결정권을 대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측은 "대표교섭과 실무교섭을 구분해 각 위원들이 성실히 참석했다. 대표교섭에서 ㄱ본부장이 불참한 적은 없다"며 "모든 교섭위원은 협의 및 결정 권한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핵심 사항에 대해서는 실무교섭 단계에서 입장 차를 줄인 뒤 대표교섭 때 확정하게 된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미 100여 개 조항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부연했다.

한편, 바디프랜조 노조는 쟁의행의 투표 결과에 따라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파업을 진행한다. 파업은 조합원이 단체로 연차나 휴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실시된다.

노조는 이후 교섭에서도 진전이 없을 경우 추석연휴를 앞두고 쟁의행위 규모 및 수준을 높여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