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 이하 SVB)가 파산하면서 국내외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황 점검 회의를 통해 SVB 파산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으나 코스피 지수는 하락하는 등 당분간 증시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0.86포인트 하락한 2389.74포인트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2300선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 1월 20일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은행주의 하락이 도드라졌다. 금융당국은 현황 점검 회의를 통해 국내 은행과 SVB는 영업구조가 다르다고 밝혔음에도 국내 은행주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KB금융은 이날 오전 전일 대비 3.47% 하락한 4만8550원에, 신한지주는 2.9% 하락한 3만5000원에 거래됐다.
이 외에도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오전 중 최대 4.68%, 2.98% 하락한 가격으로 거래됐다.
SVB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IT 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등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 개인금융이 아닌 상업, 사모펀드, 글로벌금융이 주 먹거리로 특히 상업금융이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액의 52.4%를 차지한다.
경제 환경 위축으로 투자유치가 어려워진 스타트업, VC는 예금 인출에 나섰고 SVB는 이를 충당하기 위해 매도가능증권(AFS) 처분에 나섰다. SVB는 이 과정에서 18억 달러(한화 2조3497억원)의 손실을 냈다.
미국 은행의 평균 예대율과 수익자산 중 증권 비율은 각각 67%, 24%인 SVB는 예대율 43%, 증권 비율 58%로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이에 자본 비율 하락 불안감에 예금 인출 요구가 이어졌다. SVB는 자산, 예금 규모 대비 현금 비중이 낮은 만큼 빠르게 파산이 진행됐다.
미국 당국이 예금 보호 등 조치에 나섰으나 미국 국채 금리는 빠르게 하락했다. 2년물의 경우 3.918%, 10년물 금리는 3.425%까지 떨어졌다. 일본과 이탈리아, 영국, 독일 등 유럽 국채 역시 내림세를 보였다.
증권가는 SVB 파산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어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 파생상품 거래소 CME의 금리변동 예측 시스템 Fed Watch에 따르면 3월 빅스텝 전망은 0%, 베이비스텝 전망은 67.9%, 동결 전망은 32.1%로 나타났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금리 인상 기대 후퇴를 반영하고 있다"며 "연준의 3월 금리인상 확률과 강도가 이전보다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이 금융시스템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국채 금리도 2월 중 급증한 매도 포지션이 돌려지는 과정이 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10년물 금리 기준 3.50%를 하회하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SVB 파산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완화로 대형주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투자 심리 악화는 있을 수 있으나 3월 FOMC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투자자 불안이 풀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이번 사건으로 시장 참여자는 투자 안정성을 추구할 것"이라며 "풍부한 현금, 안정적 실적, 낮은 부채 등의 특징을 가진 대형 기업으로 수급이 이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역시 관련 이슈가 반영되며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경계감을 소화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변동성에 대비한 로우볼 및 대형주 스타일에 상대 우위가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