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빌딩 전경. 사진=한화
한화빌딩 전경. 사진=한화

한화그룹이 2030년까지 세계 방산 10위권의 육해공 글로벌 종합방산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 체결을 계기로 그간 부족했던 해양산업을 보강하면서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누적된 적자 문제, 노조 및 하청노조와의 문제와 함께 새로운 총수 리더십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16일 대우조선해양과 2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신인주인수계약(본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원, 한화시스템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1000억원을 통해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 지분 49.3%를 확보하면서 새 주인으로 등극했다. 기존 최대 주주였던 산업은행은 지분율이 28.2%로 줄어 2대 주주가 됐다.

지난 9월 한화가 인수 계획을 밝힌지 3개월만이며 2008년 첫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한차례 미끄러진 지 13년 만이다. 계약이 완결되는 시점은 내년 4월로 예상된다. 국내외 경쟁 당국으로부터 추가적인 기업결합 승인가 남았기 때문이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배경에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방산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가 있다. 현재 한화는 방산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 아래, 지난 7월 그룹 내 방산 계열사 3사 통합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항공기 엔진 제작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서 물적 분할된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은 특수선(군함·잠수함)과 상업용 선박 부문으로 나뉜다. 한화는 이번 인수를 통해 구축함과 경비함, 잠수함 등 특수선 건조 역량을 확보하며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한화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기업 10위권에 들겠다는 목표다. 미국 국방 전문 매체인 디팬스뉴스에 따르면 세계100대 방산업체 중 한화그룹이 30위를 차지했다. 부동의 1위인 록히드 마틴을 포함해 5위까지 모두 미국 기업이 차지했다.

대우조선해양, 적자 재무 및 노조 문제

글로벌 종합방산기업으로 가기 위해 먼저 대우조선해양과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가장 큰 문제는 누적된 적자구조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산총액은 12조4992억원이며 그중 부채가 11조6500억원이다. 자기자본이 8986억원에 불과해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 3분기 연결기준 1291%에 달해 부채가 자본보다 12배 많은 상황이다. 경쟁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모두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300% 밑임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 

한화는 방산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이른 시일 안에 흑자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한 경영진 교체 및 조직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간 한화는 M&A뒤 자사 출신 경영진을 보내왔다. 실제로 지난 16일 대우조선과 체결한 본계약에서도 ‘대우조선 등기이사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해야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노조와의 협력 문제도 남았다. 대우조선해양의 노조는 △당사 참여 보장 △고용보장 △단체협약 승계 △회사·지역 발전이라는 4대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장실사를 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화가 이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관련 조항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조 문제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부터 51일간 이어진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진수가 중단되는 등 손해가 발생했다며 하청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 결과 사측과 하청노조의 관계 크게 악화돼 둘 간 관계 재설정도 한 과제다. 

김승연 회장의 M&A·의리경영, 김동관 부회장 이을까

인수합병(M&A)은 한화가 현재 위치까지 성장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총수 중 최연소 29세의 젊은 나이로 그룹 회장에 취임한 김승연 회장은 취임 직후인 1982년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컬의 경영권을 인수했으며 M&A를 통해 중화학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구체화했다. 이를 계기로 1980년 7300억원 규모였던 한화그룹 매출은 1984년 2조1500억원까지 성장해 10대그룹 발돋움했다.

1985년엔 정아그룹, 1986년엔 한화유통를 인수하고 2014년엔 삼성의 방산-화학사 4곳 인수했으며, 2020년 미국 수소탱크업체 시마론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을 성장켰다. 특히 2002년 대한생명(한화생명) 인수는 M&A의 최대 성공사례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인수 당시 2조3000억원이던 대한생명의 누적 손실을 6년 만년에 해소하고 연간 이익 5000억원을 창출했다.

김 회장은 ‘의리경영’으로도 유명하다. 한번 인수한 회사는 사업성이 떨어져도 매각하지 않고 함께 성장했다. 실제로 한화그룹에 편입된 기업은 M&A 이후 인적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으며 현재 한화그룹에서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곳은 없다.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에 오른 데 이어 지난 8월엔 한화솔루션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동관 부회장은 김 회장의 장남으로, 김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도 빈 살만 왕세자 회동 등 그룹을 대표한 자리에 참석하면서 사실상 그룹 총수로서 행보를 걷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표면적인 육해공의 완벽한 방산기업의 면모를 갖췄으나 글로벌 10대 방산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김승연 회장에서의 한화를 본다면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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