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10년 만이다. 국내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 총수 중 직함이 부회장인 사람은 이 부회장이 유일했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을 계기로 초격차 기술과 인재 양성, 유연한 조직문화를 중심으로 한 '뉴삼성'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11월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을 전후해 뉴삼성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입사한지 31년 만, 부회장 승진 10년 만에 회장 승진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 책임 경영 강화 ▲ 경영 안정성 제고 ▲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10년 만,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31년 만이다.

올해 54세인 이 회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대학원 경영관리학과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경영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복귀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으며 2003년 상무가 됐다. 전무와 부사장, 사장을 각각 거친 뒤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을 이끌어 왔지만 10년째 부회장직을 유지해왔다. 신임 회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햇수로 10년이 걸린 것이다.  

지난 10년은 이 회장에게 위기 대응의 시험대였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고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총수 대행으로 나서면서 숱한 위기에 대응해왔다. 
 
국정농단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는 한편 역대 대통령 곁에서 경제 외교를 펼치는 등 음지와 양지를 오가며 활동했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지난 8월 복권되기까지 6년간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 작년 8월 가석방된 그는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며 제한이 풀렸다.   

이 신임 회장이 최근 사내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습니다”라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기도 했다.  

고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대폭 바꿨다면 이재용 회장은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한 '뉴삼성'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삼성은 계열사 매각 등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방위산업, 화학 계열사를 롯데와 한화에 매각하는 '빅딜'을 진행했다.
  
미래 성장 사업인 바이오에 집중 투자하고 전장 기업인 '하만'을 인수해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거대한 삼성의 구심점으로써 뉴 삼성 이끌어야


이재용 부회장은 부회장 승진 이후 지난 10년간 뉴 삼성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제 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거대한 삼성의 구심점으로써 뉴 삼성을 이끌어야 한다. 

이재용 회장이 승진 후 경영 전면에 나서는 만큼 앞으로 바이오,인공지능(AI),차세대통신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측은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회장 승진의 이유를 꼽은 만큼 M&A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태스크포스(TF) 수준인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것인지도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선 삼성이 확실한 전담 조직을 두고 힘을 실어줘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 컨트롤타워는 1959년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 '비서실'로 시작해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등으로 불렸다. 2010년부터 '미래전략실(미전실)'로 이름을 바꿔 그룹 차원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해체됐다. 
 
삼성은 2017년 2월 말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폐지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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