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디스플레이가 생산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4조2교대' 체제 도입을 추진한다. 주로 정유화학, 철강 등 중후장대 업종에서 인기를 끄는 근무체제지만 전자업체인 LG디스플레이가 이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생산직 90% 이상 찬성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국내 생산직 직원 근무체계를 기존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노조와 협의 막바지 단계로 대상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대다수 직원이 4조2교대를 희망 중인 상황이다. 생산직 사이에서 최근 일어난 투표 결과 근무형태 변경에 90%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도 4조2교대에 합의하는 양상으로 전개되며 사실상 근무체제 전환이 기정사실화 되어가는 모습이다. 노조에 따르면 10월 전에 파일럿 형태로 실험을 끝내고 파일럿 대상자들 대상으로 재투표 후 전사 적용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 파주와 경북 구미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4조3교대를 유지해오다가 지난해 12월 코로나 특수에 LCD 생산직 등 특정 생산현장 근무형태를 3조2교대로 바꿨다. 하지만 직원들의 노동강도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해 4조3교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4조2교대 논의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4조3교대는 오전 8시간, 오후 8시간, 야간 8시간으로 하루에 3개의 근무조가 교대로 근무하는 형태다. 회사마다 상이한 패턴을 갖고 있지만 근로자 입장에서 하루 근무하고 다음날 휴무를 번갈아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휴무가 짧아서 알게 모르게 피로가 누적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4조2교대는 근무조를 4개로 나눠 2개 조는 주간과 야간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는 2개 조는 쉬는 방식이다. 4조2교대는 4일을 연달아 일하고 4일을 쉬는 형태다. 대신 하루 12시간을 일해야 한다.
4조3교대와 비교하면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4시간 늘지만, 연간 총 근로시간은 같다. 하루 근무시간이 늘어나지만, 쉴 때 몰아 쉴 수 있다. 근무시간이 길더라도 휴무가 길어서 많은 생산직 직원들이 선호하는 추세다.
연장근무나 조기 출근이 없어 휴가자가 발생하면 쉬는 인원이 특근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특근처리돼 수당도 높다. 또 한달 중에 15일을 쉬기 때문에 여유가 4조3교대보다 많다는 평가다.
실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석화업계는 지난해부터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속속 변경된 바 있으며 평균 70% 이상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철강업체인 포스코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4조2교대를 시행 중이다.
일부 반대 목소리도 있지만 장점에 주목...세부적 조율 사항 존재
다만 LG디스플레이는 전자업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를 대표하는 전자업체들은 대부분 4조3교대를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이번 근무 형태 변경은 전자업계에서는 참신한 실험인 셈이다.
물론 일부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반대 목소리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존 근무 체제에 익숙한 고참 직원들은 4조2교대 근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하루 8시간씩 일하던 것에 익숙한 상황에서 4시간 근무를 더해야 하는 것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직원도 존재한다.
4조2교대로 전환하면 당일 출근이 가능한 사람이 줄어 비상 상황에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또 제조 생산 현장에서 안전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근무 시간이 길수록 업무 피로도가 높아져 안전사고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교대 특근과 야근 등 수당이 소폭 감소하면서 임금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과 회사가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의도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4조2교대와 4조3교대의 근무인원이 동일할 시 일 12시간을 근로하여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4조2교대가 회사에 더욱 불리한 게 사실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4조3교대가 인건비 절감에 더욱 유리하다.
그럼에도 LG디스플레이가 4조2교대를 추진하는 것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돈보다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향상이 매우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무형태로 생산직 직원 이탈을 막을 수 있다. 또 4조3교대에 비해 교대 횟수가 줄어들면서 업무인수인계 중 문제 발생 가능성이 감소하고 업무 연속성을 유지해 안정적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주목한 것으로 전해진다.
LG디스플레이 생산직 근무형태가 4조2교대로 바뀌는 것은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기정사실이다. 이제 4조 2교대에 3일 근무하고 3일 쉬는 '33'형태와 4일 근무하고 4일 쉬는 '44'형태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여부가 남아있다. 44는 쉬는 날이 많은 대신 4일 연속 12시간 근무가 굉장히 힘들긴 하고, 33은 주야 바뀌는 텀이빨라서 힘들지만 3일만 하면 쉬는 날이 돌아온다는 장점이 있다.
또 향후 노사협의를 통해 4조2교대 전환시 직원들 연차 개수, 청원 휴가, 예비군 처리, 교육으로 인한 부재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합의하고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직원들 워라벨이 갈수록 중시되는 가운데 근무체계 변경을 논의하게 된 것"이라며 "현재 생산직 직원들 대상으로 근무체계 변경에 대한 선호도 조사 단계이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현재 대다수가 4조2교대로의 변경을 찬성하고 있는 만큼 파일럿 형태로 운영해 보고, 도입이 최종 결정되면 연내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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