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 프랜차이즈 BBQ가 지난해 연말 치킨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최근 가격인상을 결정하고, 가맹점에게 납품하는 원부자재 가격까지 최대 70% 인상키로 하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BBQ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업계 1, 2위인 교촌과 bhc가 제품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3위인 제너시스BBQ는 당분간 가격인상을 단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bhc 7.8%, 교촌 8% 치킨가격을 인상했지만 BBQ는 인상하지 않았다. 당시 BBQ는 "5천만 국민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가격인상 요인들을 본사가 부담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 약속은 5달 만에 무너졌다. BBQ는 5월 2일부터 치킨 판매가격을 2000원 올린다고 밝혔다. 황금올리브 치킨은 기존 1만8000원에서 2만원으로, 황금올리브 닭다리는 1만9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각각 오른다.
이를 두고 일부 소비자들은 어차피 올릴 거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서민 물가를 걱정하는 척은 왜 했느냐며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 BBQ 관계자는 "당분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며 "당시 올림픽도 있고 치킨을 많이 시켜먹을 시기여서 치킨값 인상을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의도였다"며 "5개월 동안 버티다가 인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BBQ는 이번 가격 인상으로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의 발언까지 재조명되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달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소비자들이 1닭 2만원'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는 말에 "고객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한 마리당 3만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건비, 임차료, 유틸리티 비용이 많이 들어 가맹점들이 최저임금 수준도 못 받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런 윤홍근 회장의 발언에 소비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2만원 치킨도 비싼데 3만원 치킨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대다수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일각에서는 불매 운동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금일 가맹점주에게 납품하는 원부자재 가격까지 최대 70%를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BBQ는 "다음달 2일부터 원재료 39종의 공급가를 조정하게 됐다"고 28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쿠킹호일은 3580원에서 6100원으로 70%, 올리브오일은 15㎏당 12만원에서 16만원으로 33%, 치킨 무는 1박스당 1만7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12%, 신선육은 마리당 최대 5500원에서 6000원으로 9.0% 각각 오른다.
그동안 BBQ는 가맹점들의 수익성 악화를 근거로 치킨 값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3만원 치킨 발언의 명분과 근거도 가맹점주들의 수익성 악화였다. 프랜자이즈 본사는 가맹점으로부터 마케팅 비용을 받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에 각종 파우더, 기름, 소스 등을 '필수 물품'이라는 명목 하에 팔고, 이윤을 남긴다.
그런데 이번에 대폭 원부자재 가격을 올리면서 BBQ가 가맹점의 수익은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졌다. 치킨값이 올라도 원부자재 가격인상 때문에 가맹점들이 인상 효과를 챙겨가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BBQ가 가맹점 수익 악화를 말로만 걱정하고 수익을 챙긴다는 소비자들의 비난이 나오는 실정이다.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가맹점주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본사의 결정이 협의나 상의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BBQ 관계자는 "이달 12일 가맹점주들과의 소통창구인 '동행위원회'를 통해 판매가 인상을 결의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물류 대란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과 식용유 가격이 폭등해 더 이상 본사가 인상폭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가맹점들이 이로 인해 역마진이 나오지 않도록 본사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BQ가 억울한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소비자들을 위해 치킨가격을 경쟁사들보다 5개월 늦춘 것도 사실이다. 치킨가격을 올리면서 원부자재 가격도 같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미 지난해 연말 치킨가격을 인상한 BHC와 BBQ는 동시에 원부자재 가격을 올렸었다. BBQ 혼자 가격을 올리는 모양새가 되면서 온갖 비난을 받게된 상황이다.
가맹점 납품 원부자재 가격은 BHC, BBQ도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는 지난해 연말 원부자재 가격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의 국제 곡물, 식용유 가격 폭등을 버티기 힘들어졌다. BBQ만이 원부자재 가격을 올리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BBQ가 다른 경쟁사들이 치킨값을 올릴 때 올리지 않았을 때 국민 운운하며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처럼 했다가 가격을 올리자 소비자 심리를 건드린 것 같다"며 "BBQ 뿐만 아니라 원부자재 가격은 다른 치킨업체들도 모두 올려야 하는 사항인데 여러 이슈들로 과도한 비판을 받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