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부터 현장에서 잇따른 사망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산업계 전반에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중후장대 산업군에 속하는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20일 동안 관련 인명사고가 4건이나 발생했다. 1월 29일,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토사 붕괴로 근로자 3명이 매몰돼 사망했고, 2월 8일엔 요진건설산업의 판교 제2테크노밸리 업무시설 공사장 작업자 2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2월 11일엔 여천NCC 열교환기 폭발로 근로자 4명 사망했고, 가장 최근인 2월 14일엔 한솔그룹 자회사인 한솔페이퍼텍에서 협력사 직원이 트럭 전복으로 사망했다.
이들 업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1~4호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일은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대로 진행되면 철강, 조선, 중공업, 건설 등 중후장대 산업이 대폭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사망사고처럼 공사일정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하게 시공하다가 사고가 일어나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중후장대 산업에 속하는 업체들은 산업현장에서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중후장대 산업의 대표적 업종인 조선·철강업계의 경우 사업장 자체가 위험하고 노동자 수도 많아 재해 빈도가 높은 고위험 업종으로 꼽힌다. 그만큼 안전에 만전을 기하더라도 언제나 사고 발생 가능성은 존재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현장에서 안전을 강조하더라도 예상 밖의 인명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개인 작업자의 단순 실수로 사망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지금과 같은 법 규정에서는 기업이 처벌을 피해갈 방법이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법인 대표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경영진에 직접적인 처벌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은 중후장대 업체들에게 심각한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법에 따르면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회사 대표가 단숨에 범법자가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적용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이사로 정의했다.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들은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처벌을 피해간다. 삼표산업의 사례가 그렇다.
앞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회사 대표라는 이유로 마녀사냥을 당하는 CEO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그렇다면 산업 특성상 인명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중후장대 업체의 대표를, 누가 하려고 할 것인가?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업체들의 경우 안전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안전설비에 집중투자하며, 현장 점검과 가이드라인을 일찍이 만들었지만 초긴장 상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우 안전설비와 시스템 구축에 조단위 투자를 했다. 이는 기회비용이다.
안전사고가 빈번히 일어나지 않는 IT, 전자 등 타 업종이 과감히 투자를 단행할 때 이들 업체들은 안전 관련 대규모 투자로 다른 곳에 투자할 자금이 증발했다.
이제 와서 현행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엔 시기가 너무 늦었다. 하지만 중후장대 산업군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올해 초 포스코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발동 전이어서 대표 처벌을 면했지만 앞으로는 어쩔 것인가.
인명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측에서 안전 관리 규정을 마련하고 성실히 수행해왔다면 대표 처벌을 면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그러지 못할까봐 걱정이다. 중후장대 업체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엄청난 마녀사냥이 일어날 게 뻔하다. 이는 중후장대 산업의 대폭적인 위축을 불러올 것이고, 나아가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최근 만난 어느 중후장대 업체에서 근무하는 임원의 탄식이 생각난다. "무서워서 철강·조선 업체 대표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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