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사망사고를 낸 삼표산업의 중대재해처벌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누가 얼마나 처벌받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입건된 만큼 경영책임자로써 처벌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삼표그룹의 실질적 지배자이자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장인인 정도원 회장이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삼표산업 경영책임자를 이종신 대표이사로 특정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사를 맡고 있는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삼표산업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무리한 골재채취 작업에 의한 지반 약화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본사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여부를 집중 수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삼표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적법하게 구축하지 않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양주사업소 현장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11일엔 삼표산업 본사에 대한 기습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리고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본사 압수수색과 대표이사 입건은 노동부가 삼표산업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로 해석된다.

삼표산업은 지난달 29일 양주 채석장 토사 붕괴사고로 현장 근로자 3명이 숨졌다. 1명만 숨져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데 무려 세명이다. 삼표산업은 지난해에도 두 건의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노동자들이 반복적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기준들을 종합할 때 중대재해처벌법 1호 기업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물론 재판을 통해 법원의 판단이 확정되어야 한다. 삼표산업은 대형 로펌인 김앤장과 광장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으로,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에 따르면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제 관건은 누가, 얼마나 처벌받을지 여부다. 일단 고용노동부는 삼표산업 경영책임자를 이종신 대표이사로 특정지으며 입건한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적용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이사로 정의했으며, 고용노동부는 이에 근거해 이종신 대표이사를 입건했다. 


삼표산업 실질적 지배자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지만 처벌대상에서 '회피'


그런데 사실상 삼표산업의 실질적 대주주이자 지배자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등기상 삼표산업 법인 대표는 아니어서 중대재해 처벌 대상에 오르는 것을 피했다.

삼표산업은 서너해 전 오너 일가가 대표이사를 순차적으로 퇴임하면서 전문 경영인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삼표산업 골재 부문 전문경영인이 이종신 대표이사다. 이를 두고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표그룹은 건설기초소재(레미콘·골재·분체), 철도, 콘크리트, 물류, 철스크랩, SI, 환경자원 등 7개 분야의 사업을 하는 그룹이다. 그룹의 실질적 지배기업은 (주)삼표다. 

삼표산업은 (주)삼표의 종속기업이다. (주)삼표가 삼표산업의 지분 98.25%를 보유하고 있다. (주)삼표는 삼표산업 뿐만 아니라 삼표레일웨이와 (주)팬트랙,엔알씨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주)삼표시멘트와 그 종속기업의 주식 54.96%도 갖고 있다. 

(주)삼표의 최대주주는 지분 65.99%를 보유한 정도원 그룹 회장이다. 삼표그룹은 화려한 혼맥으로 유명한데 정 회장이 중심에 있다. 정 회장 본인이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장인이다. 

삼표그룹은 현대차그룹, 범LG가(家)와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정도원 회장의 장녀 지선 씨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차녀 지윤 씨는 고인이 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과 결혼했다. 그룹 후계자인 아들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의 부인은 LS니꼬동제련 구자명 회장의 장녀다.

지난 2016년 현대차그룹은 삼표그룹으로의 지원이 유독 많다는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기도 했으나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삼표그룹이 현대차그룹과는 별도의 독립 경영을 하는 다른 기업으로 인정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이사로 한정짓고 있다. 삼표산업을 지배하는 (주)삼표의 지분 98.25%를 소유하고 있는 총수는 등기상 법인 대표이사가 아니란 이유로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 셈이다. 

같은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2호 업체로 거론되는 요진건설산업의 총수 일가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요진건설산업은 승강기 설치 작업 중이던 작업자 2명이 지상 12층에서 지하 5층으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를 냈다. 요진건설산업 대표이사를 맡아온 최은상 부회장은 지난해 8월 물러났으며 대표이사 자리는 전문경영인 송선호 사장이 맡고 있다. 폭발로 4명이 숨진 인명사고를 낸 여천NCC 역시 전문경영인 체제다. 


정치권 노동계 비판 거세...재계는 "전문경영인 총알받이 신세"


이를 두고 친노동 성향의 정치권과 노동계의 비판이 거세다. 

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일벌백계를 통해 노동자들의 목숨을 잃게 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중대재해가 멈출 수 있다. 기업이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노동자들을 위험한 작업으로 내보낸다면 더 이상 돈벌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당국은 원칙대로 삼표그룹 대주주이자 삼표산업 대주주인 실권자 정도원 회장을 가차없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민주노총이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권영국 변호사는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수사 대상인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며 "또다시 바지사장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핫바지 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의 이행 주체가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인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날 민주노총 강원지부와 삼표지부 역시 "중대재해사고가 수차례 반복됐지만 그룹 경영책임자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다"라며 "삼표그룹 최고경영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법조계에서는 사업주의 법상 의무 이행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입증된다면 사안에 따라 총수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번에 고용노동부가 삼표산업 경영책임자를 이종신 대표이사로 본 만큼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이사로 정의는 했지만 아직 모호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중대재해가 일어났을 때 많은 총수들이 전문경영인을 총알받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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