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택배노조 총파업은 시작한 지 45일이 지났음에도 이렇다 할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서 장기전에 돌입했다. 그동안 비노조 기사들과 소비자들의 고통만 점점 커지고 있다. 


10일 택배노조원 200명 CJ대한통운 본사 난입...유리창 파손되고 직원 다쳐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일 오전 11시 30분 경 택배노조원 약 200명이 CJ대한통운 본사로 난입해 1층 로비를 점거하고 다른 층의 사무실도 기습했다. 이로 인해 유리문이 파손되고 노조원들의 진입을 가로막던 CJ대한통운 직원들이 다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택배노조원들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CJ대한통운 사측과의 대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화를 요구하는 방식이 기습 점거였던 셈이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라며 파업을 진행중이다. 파업 참여자는 약 1900명에 이른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요금 인상분을 가로채갔다며 본사가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택배노조는 △택배요금 인상액 공정분배 △저상탑차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 철회 △별도요금 폐지 △노동조합 인정 등을 CJ대한통운에 요구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이와 관련해 "택배노조가 본사 건물에 난입해 로비와 일부 사무실을 불법 점거했고, 이 과정에서 회사 기물이 파손되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집단 폭력을 행사했다"며 "즉각 퇴거와 책임자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관용 원칙에 따라 관련자 모두에게 형사적, 민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택배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 상황이 양호하다고 발표했지만, 노조는 국토부 조사에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파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로인해 경기,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 배송 차질이 심각한 상태다. 


비노조 택배기사 피해 누적돼...소비자들도 '고통"


문제는 이러한 택배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비노조 택배기사들이 입는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파업의 장기화로 인한 고객사 이탈로 집화·배송 물량이 감소해 기사들의 수입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으며 파업지역으로 물건을 못 보내 그나마 유지하는 고객사들의 매출도 감소하고 있다.

CJ와 계약했던 택배업체들이 택배노조의 파업으로 한진 등 다른 운송회사로 상당수 떨어져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배송업무가 줄어들어서 비노조 택배기사들의 일감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번 설 명절 대목에도 비노조 기사들의 손해가 컸다는 후문이다. 일부 비노조 기사들은 기약없이 장기화된 파업 여파로 일감이 줄어 생활고를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비노조 기사는 "고정으로 다니던 택배업체가 이번 파업으로 일감이 대폭 줄어서 손가락 빨고 있다"며 "택배업체가 한진으로 갈아탄다고 해서 물량이 갑자기 더 크게 줄을까봐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이번 파업으로 주문한 물건이 일주일 내내 못오다가 지연 취소되고, 해외 직구 주문한 게 국내 통관까지 됐는데 배송이 안되고 창고에 쳐박혀 있어 어제 주문을 취소했다"며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만을 위한 이기적인 파업은 이제 그만하라"고 하소연했다. 

파업 장기화로 인해 피해를 입은 택배기사들이 늘어나면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노조 연합에 가입하는 택배기사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4일 오후 현재까지 3500명 이상이 비노조 연합회에 가입했다.

비노조 택배연합회 김슬기 대표는 "현재 90%는 택배가 원활히 배송되고 있지만 노조원이 모여 있는 특정 터미널의 경우 물품 배송이 아예 안 된다"며  "배송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장에서 나머지 10%를 배송 못 해준다고 하면 그 택배사를 이용하고 싶겠냐. 파업 이후 거래처 30%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비노조 택배 연합회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택배노조 총파업 철회를 요구하는 2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도 이번 파업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전국택배노조가 소공동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으로 점거했다"며 "경영계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노사관계란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며 "경영계는 전국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불법 점거와 업무 방해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정부의 즉각적이고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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