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안다르 등 수행기사의 '갑질 폭로'가 터져나오면서 재계에 수행기사 경계령이 떨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원급들이 자가운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LG전자 수행기사 폭로 "유흥업소 수시 이용하며 장시간 대기"...LG전자 "임원 아니고 책임, 조사 중"
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임원 A씨가 유흥업소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수행기사에게 장시간 대기시켰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스저널리즘 확인결과 직급이 임원이 아니며 책임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부서 담당 책임의 경우 드물게 수행기사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케이스의 경우다.
수행비서는 A씨가 논현동의 유흥업소를 수시로 이용했고, 여성과 2차를 가는 날에는 날밤을 꼬박 세워야 했다고 주장했다. 수행 기사에게 장을 봐오게 하고 가족이 코로나 검사를 받게 운전해달라는 등 부당한 지시도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회사 차원에서 조사가 들어갔고,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A씨에 대해 징계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뉴스 댓글에는 "LG 이미지 반방에 보내네", "앞으로 기업에서 외부 수행기사 등 이용 점차 기피할 듯", "유픙업소 갔다왔으면 회사 전체 방역소독 해야겠네", "결재는 법인카드로..업무 추진비..." 등 다양한 의견이 달렸다. 해당 임직원이 임원이든 책임급이든 사실로 밝혀질 경우 LG전자의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달 전엔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에서도 수행기사 갑질 폭로로 대표이사 사임

수행기사의 갑질 폭로는 한달 전에도 일어났었다. 애슬레저 브랜드인 '안다르'에서다. 지난달 10일 경 유명 커뮤니티에 "저는 운전기사였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고, 큰 파장을 불러왔다. 수행기사로 근무했다는 B씨는 안다르에 2019년 5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재직하며 신애련 안다르 대표의 남편이자 이사로 근무한 오대현 이사의 갑질에 대해 폭로했다.
그는 퇴사 이유를 신애련 안다르 전 대표의 남편 오대현 이사의 인격모독과 수많은 갑질로 자존심과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운전기사에 따르면 오 상무는 제보자에게 “집 인테리어하는데 아파트 입주민 집에 일일이 찾아가서 인테리어 동의서 싸인 받아와라” “파주에서 장충동 신랑호텔까지 가서 본인 아이 먹일 전복죽 사 와라” “정장 맞춰와라” 등 요구했다.
운전기사로서 범위를 벗어난 사적인 일을 시킨 것 뿐만아니라 오 이사가 룸싸롱에 데려가서 일하는 여성들의 몰카를 찍으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오 이사 측은 운전기사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운전기사도 강요죄로 오 이사를 고소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운전기사 갑질 논란으로 신애련 안다르 대표가 사퇴까지 해야 했다. 오대현 이사도 갑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안다르는 요가 강사 출신 신애련 대표가 2015년 론칭한 애슬레저(athletic+leisure) 브랜드다. 여성성을 강조해오던 레깅스가 일상복을 넘어 작업복을 대체할 수 있도록 문화를 선도하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심각한 이미지 훼손을 당했다.
수행기사 갑질 논란 과거에도 빈번...재계 '운전기사' 경계령

최근에 발생한 LG전자, 안다르 수행기사 갑질 논란 이전에도 비슷한 갑질 사례는 빈번하게 있어 왔다. 2018년 6월에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이자 전 일우재단 이사장인 이명희 씨가 운전기사에게 심한 욕설을 하고 폭력까지 행사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섰고, 유죄로 인정됐다.
2015년에는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이 운전기사가 운전을 제대로 못한다고 욕설하며 운전 중인 기사의 어깨 등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돼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정일선 현대비엔지스틸 사장, 최재호 무학 회장 등도 운전기사가 자신이 당한 부당한 처사를 세상에 알려 진땀을 흘렸다.
고질적인 운전기사 갑질 폭로 사태가 2021년에도 뒤따르자 재계에는 '운전기사'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다. 수행기사는 가장 가까이에서 대표, 임원들의 삶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이고, 각종 커뮤니티와 블라인드, 국민청원 등 외부로 고발할 수 있는 창구가 넓어진 시대여서 운전기사 폭로 리스크가 향후 갈수록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는 수행기사들을 아웃소싱하지 말고 직영화나 직원으로 직접 채용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각 회사의 대표, 임원들이 미국의 사례처럼 직접 차를 운전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행기사와 돈독한 우정을 나눌 수 있도록 임원들의 '내부 각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를 들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수행기사를 가족으로 여기고 40년이나 동고동락했었다. 이 창업주는 운전기사에게 이사급 타이틀과 함께 개인 집무실까지 마련해줬다. 수행기사는 6.25 전쟁 당시 이 창업주를 인민군에게 들키지 안헥 하기 위해 자신의 다락방에 숨겨준 일화는 유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수행기사에 대한 갑질 문제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이다 보니 동서고금 이런 일들이 항상 있어왔다"며 "지금 시대는 개인들이 참고 쉬쉬하는 시대가 아니니까 더욱 큰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규직, 비정규직 등 고용형태를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고, 성희롱 같은 문제를 강력한 제재와 시스템을 만들어 예방하듯이 운전기사 갑질 부분에 대해서도 회사들이 내부규정을 강화하고, 직장인 괴롭힘 방지 교육에 운전기사 등에 대한 임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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