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에 순풍이 불어오고 있다. 선가가 계속 오르면서 12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한편, 카타르발 역대 최대급 LNG선 수주가 곧 시작될 조짐이다. 다만 실적개선은 최근 오른 선가로 계약한 선박들이 건조에 들어가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조선가 150포인트 돌파...후판가격 배 값에 반영하는 등 제값받기 '통한다'
1일 영국 조선업 전문 분석업체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신조선가 지수는 150.14포인트로 올 들어 약 20% 올랐다. 지난 3월 129포인트였으나 7개월 만에 150포인트를 돌파했다.
신조선가 지수가 150포인트대를 기록한 것은 조선업 호황기였던 2009년 7월 이후 약 12년 만이다. 올해 초부터 경기회복에 따른 해상 물동량이 급증했고, 후판가격 급등을 배 값에 반영하면서 신조선가가 올라갔다.
올해 여름부터 도크가 꽉 차기 시작해서 제값 받고 수주를 하고 있는 점도 크다. LNG선의 경우 지난해 척당 180억 달러 정도였으나 현재 210억 달러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조선가 상승은 조선업체의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향후 조선업계의 실적 개선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조선해양도 지난 10월 28일 2021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전 선종에 거쳐 선가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장관의 카타르 출장은 카타르발 대규모 LNG선 발주의 '신호탄' 해석
두번째 호재도 있다. 바로 카타르발 대규모 LNG선 발주가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카타르가 LNG선 대규모 발주에 나서게 된 것은 미국과 러시아의 움직임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유럽과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확대를 막으면서 파이프라인이 아닌 LNG운반선으로 공급하겠다고 방향을 잡았다. 천연가스 수출을 위해 LNG운반선이 추가로 필요해진 상황이다. 미국도 LNG를 수출하기 위해 LNG운반선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런 미국과 러시아의 움직임 때문에 카타르는 거래처들과 공급물량을 늘리는 장기계약을 통해 대응하기 시작했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규모 노스필드 가스전 개발에 참여하면서 LNG선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카타르는 지난해 초 120척 규모의 LNG선 발주를 진행했고 이중 100척은 국내 조선3사에 발주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작년 6월 국내 조선사들에 도크 예약만 하고 정식 수주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말 발주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의혹까지 생겨났다. 그런데 최근 발주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관측됐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알카비 에너지부 장관의 초청으로 지난 10월 24일 카타르를 방문해 알 싸니 총리를 비롯해 무함마드 통상산업부 장관, 알 사이드 국무장관 겸 경제자유구역청 이사장과 만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문 장관은 카타르에너지공사 최고경영자(CEO)를 겸임하는 알 카비 장관에게 우리 조선사의 LNG 선박 수주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선업계는 이번 만남을 곧 수주가 시작된다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날 이후 조선주가 일제히 올랐다.
카타르가 작년에 선박 발주를 하지 않고 현 시점에 발주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국내 조선업계에 큰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작년에 카타르가 LNG선을 발주했다면 척당 180억 달러에 건조했을 텐데 현 시세인 210억 달러에 건조할 수 있게 된다. 조선업계 입장에서 이익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아쉽지만 실적 개선은 가격 높아진 선박 건조가 시작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신조선가 상승과 카타르발 대규모 발주로 인해 조선업계의 실적 기대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적 개선은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올해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3사는 올해 수주가 대폭 개선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말까지 총 204척(해양플랜트 3기 포함)을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를 33% 초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100억달러 이상을 수주했다.
지난 5월 올해 수주 목표액을 78억 달러에서 91억 달러로 한 차례 높인 삼성중공업은 수주 목표를 13% 초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기준으로 해양플랜트 2기를 포함해 총 51척을 수주하며, 올해 수주 목표의 114%를 채웠다.
그러나 수주가 개선됐음에도 조선3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에만 897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에 1조74억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은 43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한국조선해양이 소폭의 흑자를 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수백억원의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
조선업체들이 2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은 후판가격 급등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대거 설정했기 때문이다. 선박 제조비의 20% 상당을 차지하는 조선용 후판가격은 올해 상반기 톤당 10만원 수준 인상된데 이어 하반기에는 30만원이 넘게 올랐다.
현재 건조하는 선박들은 1.5~2년 전 선박가격이 쌀 때 수주한 것들이어서 후판가격 급등을 감당할 수 없었다. 과거 낮은 가격으로 수주해 건조를 하고 있는데 후판 가격이 워낙 급등해 이익을 보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이러한 구조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선박을 수주하면 본격적으로 이익에 반영되는 시점은 1년 반 이후다. 지금 높아진 가격으로 수주하는 선박들의 이익이 가시화되는 시점이 내년 하반기 이후라는 얘기다. 후판 가격 급등세도 철광석 가격 급락으로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형 수주가 예고된 카타르발 LNG 선박은 후판 비중이 10% 정도로 낮기 때문에 이익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이 시점을 더욱 보수적으로 봤다. 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내년까지는 전반적으로 큰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수주 물량이 2.5년치를 넘어섰기 때문에 2023년부터 빠르게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보다 높아진 선가로 수주받은 선박들의 설계가 끝나고 현장에 투입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카타르발 LNG 선박들의 대규모 발주가 곧 본격화된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조선업계에 숙련 노동자가 부족하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현재 조선사들은 최근 몇 년간 조선업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심각한 인적손실을 겪고 있다. 조선소에서 일해야 할 숙련 노동자들이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이 워크넷을 통해 기능인력 매칭데이 행사를 여는 등 조선업 인력 확보에 열심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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