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대표적 라이벌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대립과 견제로 물들어졌던 과거와 달리 전방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대한 탄소중립과 ESG경영이라는 큰 화두를 두 회사가 협력을 통해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다. 


복화운송 등 양사 물류 부문 협력 강화


자료: 포스코
자료: 포스코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탄소배출 저감, 지역 중소업체와의 상생 등 ESG경영을 위해 물류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제품 운송 선박과 전용 부두 등 연안해운 인프라를 공유하고, 광양과 평택‧당진항 구간에 연간 약 24만톤 물량의 복화운송을 추진한다. 복화운송이란 두 건 이상의 운송 건을 하나로 묶어 공동 운송하는 것으로, 공차나 공선 구간을 최소화한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운송 방법이다.

기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광양-평택‧당진 구간에 각각 연 130만톤과 180만톤의 코일을 개별 운송해 왔으나, 이번 복화운송을 통해 양사는 연간 각 12만톤을 상대방의 선박으로 운송하게 되었다. 이로써 포스코 코일로로선이 월 2항차, 현대제철 전용선이 월 1~2항차 가량 운항횟수가 줄어 소나무 54만 그루를 새로 심는 효과와 맞먹는 연간 3000톤 가량의 탄소배출 감축이 예상되며, 최대 6%의 물류비 절감도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선사 역시 공선 운항을 최소화하게 되어 매출 및 영업이익이 3~1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해상 운송이 불가한 당진과 평택 사이 구간과 광양과 순천 사이 구간에 공로 루트가 신규 추가되어 지역 화물운송사 역시 화물량 증대가 기대된다.

포스코과 현대제철은 지난 8월 성공리에 시범운영을 끝마치고 이번달부터 본격적인 복화운송에 들어갔으며, 적용 대상량을 단계적으로 늘려 당초 계획인 연 24만톤 수준에서 최대 60만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약은 철강업계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공정과 직접 연관이 없는 부분까지도 배출 저감에 협력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아 성사됐다. 

포스코 김광수 물류사업부장은 협약식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복화운송은 철강업계의 물류부문 첫 코피티션(협력과 경쟁의 합성어) 사례로, 양사가 지혜를 모아 좋은 선례를 남겨 철강업계는 물론 지역 경제 전반에서 협력과 상생의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버려지던 패각을 제철 부원료로 재활용하는 데에도 양사 협력


패각 이미지
패각 이미지

양사는 버려지던 패각(굴이나 조개 등의 껍데기)을 제철 부원료로 재활용하는 데에도 힘을 합쳤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패각 성분이 ‘소결공정’에서 사용되는 석회석의 성분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전남 여수 패각 가공 전문업체인 여수바이오와 함께 석회석을 패각으로 대체할 방안을 공동 연구해왔다. 그리고 지난 15일 여수바이오가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패각 재활용환경성평가 승인을 획득함에 따라 패각을 제철 부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소결공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하기 적합한 소결광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으로, 석회석은 소결광의 형태를 구성하고 성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패각은 전국적으로 연간 30~35만 톤 정도 발생되나 그동안 활용처 제한으로 어촌 지역에 방치되기 일쑤였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경남 및 전남 어촌에 패각 폐기물 92만 톤이 수년째 방치되어 있으며, 이는 폐수와 분진, 냄새 등을 유발하여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그러나 철강업계가 제철공정에서 패각을 재활용하게 됨으로써 지역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석회석 대체재 활용을 통한 자원 절약과 경제성 확보도 가능해져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버려진 패각 약 92만 톤을 제철공정에 활용할 경우 소나무 약 3억 그루를 심는 것과 유사한 효과인 약 41만 톤의 CO2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향후에도 패각 공급업체뿐만 아니라 패각 산지의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업하여 폐자원 선순환을 통한 ESG 경영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철강업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향후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바탕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에 앞장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위해 수소환원제철  공동 기술개발


수소환원제철 공정도(이미지=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공정도(이미지=포스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 지난 2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지난 16일 체결한 수소사업 협약에 ‘수소환원제철’ 관련 협약도 포함시켰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로 철광석을 녹여 중간 원료인 환원철을 만든 뒤 이를 전기로로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공법이다. 이산화탄소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없어 궁극의 친환경 제철 공법으로 불린다.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 시점은 2050년으로 전망된다. 초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철강 산업 선두주자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배출한 탄소는 각각 8148만톤, 2224만톤이다. 탄소 최다 배출 업종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사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수소로 에너지원을 대체하기 위해 공동 협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보유 중인 파이넥스(FINEX)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해 수소환원제철공법을 상용화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수소차와 관련된 기술 개발과 부생수소 생산에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 비전 2030’에 발맞춰 당진제철소의 부생가스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수소 전기차와 발전 분야 등에 수소를 공급한다. 안정적인 수소 공급 확대로 향후 수소 경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다. 포스코 그룹사인 엔투비는 올해 들어 현대제철과 자재 구매 협약을 체결했다. 엔투비는 소모성 자재(MRO) 구매를 대신해주는 사업을 한다.  2000년 설립된 엔투비는 포스코그룹을 비롯해 KCC·한진·한솔·풀무원 등의 MRO 구매대행을 유지해 왔는데 올해는 최대 경쟁자인 현대제철도 고객사로 유치한 것이다. 

엔투비는 신규 거래사의 MRO 구매대행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수익금 일부를 재원으로 고객사와 공동으로 ESG 활동을 추진한다. 현대제철 입장에선 저렴한 가격에 MRO를 구입하고, 동시에 ESG 평가점수를 높일 수 있다. 


대립과 견제가 일상이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생존'하기 위해 협력 적극 확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전통적 철강업계 라이벌로써 대립과 견제가 일상이었다. 과거 현대제철이 제철소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하자 포스코는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며 적극 반대했었다. 

이후에도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열연, 냉연, 후판 등 여러 품목에서 양사는 영업측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 2016년 경 포스코가 베트남 해외법인인 SS VINA에서 H형강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자 현대제철은 반덤핑 제소를 해야한다고 적극 주장하기도 했다. 

그랬던 양사가 올해들어 '대립'보다 '협력'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철강업계 생존을 위해 양사 협력이 불가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ESG 경영에 대한 사회의 압박이 거세지고, 탄소중립을 위해 양사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2019년 겪었던 사상 초유의 고로 가동 중단 사태도 영향을 끼쳤다. 고로 브리더를 통해 대기 오염 물질이 다량 배출된다며 시민단체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고로 가동중단까지 추진하면서 양사는 철강협회를 통해 목소리를 합칠 수 밖에 없었다. 향후 환경 관련 이슈가 터질 수록 양사가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배운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ESG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면서 전통적 라이벌이었던 두 회사가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칠 일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철강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수소로 바꾸는 데에 70조원이 들어가는 등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더더욱 양사의 협력관계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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