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직원들이 올해 역대금 임금인상의 원인에 사무직 노조 결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LG전자 직장인 익명게시판에는 '임금인상과 사무직 노조'라는 투표글이 올라왔다. 이 익명게시판은 LG전자 직원들만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는 "올해 임금인상이 역대급이었다"라며 "소외된 분들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이 정도 인상을 이뤄낸 건 기념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금인상의 원인이 어디 있을까 생각해보면 사무연구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게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투표해 달라"고 적었다. 

사진=LG전자 직장인 익명게시판 캡쳐
사진=LG전자 직장인 익명게시판 캡쳐

현재 416명의 LG전자 직원들이 투표했고, 그 중 84.6%인 352명이 "사무직 노동조합이 생겨서 연봉이 올랐다"는 항목을 선택했다. 13.9%가 "원래 올릴 계획이었는데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였고, 6명은 "사무직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더 몰랐을 것"을 선택했다. 

이 투표글에는 여러 의견들이 댓글로 달렸다. A직원은 "사무직 노조 덕인 게 노조 구성원 비율이 선임 이하급이 높아 책임이 작년 임금 상승에서 차별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B 직원은 "사측에서 사무직 노조의 힘을 빼기 위해 임금을 올려준 것"이라며 "인상률이 낮았다면 사무직 노조가 어용노조보다 더 많아져서 단일협상 대상 됐을 것"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올해 3월 재계에서 처음으로 대대적인 임금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임단협을 통해 전격적으로 임금을 평균 9% 올리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최근 3년간 인상률이 평균 4%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해 성과등급에 따른 인상률이 적용되는 한편 직급별 초임도 인상됐다. 사원, 선임, 책임 직급의 새로운 초임은 이전 대비 각각 300만원, 500만원, 600만원을 인상해 4600만원, 5500만원, 7100만원으로 올랐다. 인상된 임금은 3월 급여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LG전자에는 사무직 노조가 새롭게 결성됐다. 3년차 LG전자 직원으로 근무하던 유준환 씨가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결성 준비위원회’를 만들고 2월 25일 오전 9시 서울시 영등포구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접수했다. 이후 3월 3일 사무직 노조가 정식 출범해 현재는 약 3500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사무직 노조 존재의의 모르겠다" 부정적 여론도 있었지만  임금인상 성과, 직원들이 인정


최근 들어 LG전자 내부 일각에서는 사무직 노조의 존재 의의를 모르겠다는 부정적 여론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우선 임금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는 단체교섭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큰 약점이다. 

사무직 노조 조합원 숫자가 약 8000명은 되어야 하는데 현재 3500명 수준에서 정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조합원들이 내야 하는 매달 3만원의 노조활동비가 아깝다는 의견까지 제시됐다.  단체교섭권을 확보하지 않으면 탈퇴할 생각을 가진 직원들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투표결과는 LG전자 사무직 노조의 존재가치를 입증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LG전자의 대폭적인 임금 인상에 LG전자 사무직 노조 결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LG전자에는 한국노총 산하 노조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노조로 나뉘는데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한노총 산하 노조가 교섭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 대표 노조가 회사 발전을 위해 양보하고 협력한다는 이유에서 내부에서는 '어용노조'란 비판이 거셌다. 

실제 올해 2월 사무직 노조가 출범하고, 위기감을 느낀 한국노총이 과거와 달리 올해 임단협에서는 10% 이상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도 여느 때와 달리 임단협에서 임금인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사무직 노조 무용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사무직 노조 결성이 한노총으로 구성된 대표 노조로 하여금 임금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한데다 사측도 임금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친 것을 보인다"며 "실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LG전자, 현대차 외에도 대기업 중심으로 사무직 노조 생성 움직임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