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빚을 탕감해주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코로나19 등 재난이 발생해 영업제한 또는 영업장 폐쇄 명령이 내려진 사업장에 대출원리금 감면 및 상환기간 연장, 이자 상환유예 등을 강제적으로 이행하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은행에 2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하자는 취지로 법안을 발의했는데, 업계 반발은 심합니다. 고통을 분담하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자칫 돈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도 양산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또 정부가 해야할 재정지원을 민간에게 떠맡긴다는 불만도 높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빚을 쉽게 탕감해주면 성실하게 빚을 갚는 고객만 우스워진다”며 “일부 고객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다른 고객들이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토로합니다.

재난의 범위도 애매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로 인한 재난은 사실 처음 겪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재난의 범위는 태풍, 홍수, 호우, 폭풍, 폭설, 가뭄, 지진, 황사 등 자연현상으로 발생하는 재해와 화재, 붕괴, 교통사고, 환경오염사고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피해로 나뉩니다.

이전까지 은행권은 자발적으로 재난 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에 한해 대출금 상환기간 연장, 이자 상환유예 등 조치를 취해 왔습니다.

2019년 태풍 링링으로 인해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규대출을 지원하는 한편 피해기업 중 대출금 분할상환 기일이 도래하는 기업에 대해선 분할상환금도 유예하고 대출이자도 1% 감면해 준 바 있습니다.

개인 고객도 1인당 3000만원까지 신규대출을 지원하며 피해 복구를 위해 측면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한 셈입니다.

2020년 태풍 마이삭 때는 카드사들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카드사는 피해 고객에게 카드 대금의 상환을 늦춰주거나 나눠 갚을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했습니다.

만약 고객이 연체 중이면 접수 후 6개월까지 채권추심을 중지하고 역시 분할상환이 가능토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동대문 재일평화시장 화재 당시에도 금융권은 피해시설 복구와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지원을 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금융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발적 행동을 취함에도 불구하고 법으로 강제하면 이와 같은 선행을 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히려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적용해 소상공인이 돈을 구하기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에선 은행법 개정보다 정책보험인 풍수해보험을 개선하고 가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풍수해보험은 태풍, 홍수, 호우, 강풍 등 자연재해에 따른 파손과 침수 등을 보상받을 수 있는데 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국가와 지자체에서 지원합니다.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최대 92%까지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 상품은 농민과 어민 등 대상이 제한됐지만 2018년부터 소상공인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보상 조건에 따라 보험료 차이는 있지만 통상 1년에 한 번, 3만원 대 금액으로 주택과 상가 재고자산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입률은 저조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7월까지 소상공인 대상 가입 수는 4126건에 불과합니다.

전체 소상공인을 감안할 때 가입률은 0.4%에 불과합니다. 또 코로나 감염병은 자연재해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매출 하락에 따른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것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해외에선 영업 손실과 관련 이를 보완할 수단으로 보험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팬데믹 리스크 재보험 프로그램, 기업휴지 프로그램 등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험협회도 보험사가 영업손실 보험을 제공하되 정부가 재보험을 제공하는 프로젝를 제안했습니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은 “예기치 못한 감염병 위기에서 기업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무상 지원과 저리 융자 방식의 정책 수단이 동원됐으나 감염병 리스크에 대비해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데 정부와 민간이 합심하기 위해선 일방통행보다는 소통하는 것도 현명한 지혜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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