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 사 CI.
사진=각 사 CI.

올해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고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투자에 나섰던 개미들은 환호를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실적 개선을 이룬 대기업들은 배당까지 높이며 상승 탄력을 더욱 받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은행주에 투자했던 개인들은 오히려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원인은 바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경영진에게 배당 자제를 권고했기 때문입니다. 수치까지 내놨는데, 배당성향을 15~25% 수준으로 맞추란 얘기입니다.

배당성향이 낮아지면 주주들이 받아야할 배당금도 축소됩니다. 금감원이 이렇게 주문한 이유는 은행들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손실흡수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본지에선 은행주에 대한 배당 논란을 되짚어 봤습니다.


4대 금융지주 평균 배당 성향 26%…고민에 빠진 CEO


*우리은행, 금융지주 전환 전 실적.표=각사 공시자료 취합.
*우리은행, 금융지주 전환 전 실적.표=각사 공시자료 취합.

먼저 지난해까지 4대 금융지주의 평균 배당성향은 약 26%에 달합니다. 우리금융지주가 27%로 가장 높았고 이어 KB금융(26%), 신한금융(25.97%), 하나금융(25.78%) 순으로 이어집니다.

금융당국의 권고대로 배당성향을 맞추게 되면 전년대비 약 1~2% 낮아질 전망입니다. 배당성향이 낮아지면 1주당 받을 수 있는 금액도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란 예상입니다.

그럼 배당성향을 낮출 만큼 은행은 위기일까요.

그동안 코로나 사태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생각했던 정부는 대출 공급 확대 중심의 위기 대응책을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OECD 주요 국가 중 우리나라는 가장 높은 대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자영업 등 한계 차주에 대출해준 자금도 부실화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즉, 금감원의 배당억제 요구는 코로나 위기 장기화에 대비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손실흡수능력에 대한 방안입니다. 일반적으로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충당금 적립을 상향하는 것과 배당 성향을 낮추는 등 둘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금융당국은 이전까지 잠재 손실의 현실화에 대비해 충당금 상향을 주문해 왔습니다. 충당금 적립 확대는 순이익 감소로 연결돼 자연스럽게 배당금 재원도 감소, 배당금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 경우 어느 정도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기업의 구조조정을 실시할 경우 코로나 대응에 대한 경제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충당금 확보보다 배당 축소를 선택했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실제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0년 9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65%로 3개월 전보다 0.06% 하락했습니다.

은행의 대손충당금비율은 130.6%로 전분기 대비 9.4%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은행지주회사의 완충자본 역시 규제 비율을 2~4% 상회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은행 순이익은 코로나 위기에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이루고 있습니다. 리스크관리는 잘하면서 이익을 내고 있으니 주주 입장에선 고배당을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지주 CEO 역시 배당 성향 30%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에 일부 금융지주회사는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경영진이 주식 매입에 나서며 주주환원 정책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권고로 입장만 난처하게 됐습니다.


은행 주당순자산가치(PBR), OECD 회원 34개국 중 31위


PBR은 기업 가치분석에서 자기자본의 시장가(시가총액)를 장부가로 나눈 비율을 말합니다. PBR은 재무 내용 면에서 주가를 판단하는 척도로 활용됩니다.

이 수치가 기준인 1보다 낮을수록 해당 기업의 자산가치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은행주의 경우 2011년부터 9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6년말 1.86에서 2007년말 1.48, 2008년말 0.57로 추락했습니다.

2010년말 1.18까지 반등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2012년 0.66, 2014년 0.57, 2017년 0.48, 2019년말 0.41로 은행주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업종이 PBR 1을 넘지 못할까요.

사실 국내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PBR이 1배를 하회하고 있는 업종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2018년말 기준 한국거래소에서 집계하는 국내 17개 업종 중 PBR이 1배를 밑도는 업종은 은행을 포함해 10개 업종에 달합니다.

다만 은행의 경우 전체 17개 업종 중 16위로, 가장 낮다는 것입니다. 은행보다 PBR이 낮은 곳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삼천리 등 전기와 가스를 공급하는 회사들입니다.

이들은 민영화 이후에도 공공재 생산업종으로 분류돼 가격 결정력이 거의 없는 데다 물가 관리 차원에서도 가격을 높이지 못하는 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은행은 다른 업종에 비해 극히 저평가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세계로 눈을 돌려도 우리나라 은행주의 평균 PBR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입니다.

금융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OECD 회원국 은행그룹의 PBR 결정요인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관련 데이터 부족으로 표본에서 제외한 룩셈부르크와 라트비아를 제외한 34개국 중 우리나라는 31위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은행주 평균 PBR이 낮은 국가는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이자이익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재정위기 후유증으로 실업률이 20%를 상회하는 그리스, 지속해서 낮은 수익성을 시현 중인 프랑스밖에 없습니다.

2018년 OECD 34개국 은행그룹 주식의 평균 PBR은 0.925배로 우리나라의 2배를 상회합니다.

그래표=금융연구원 'OECD 회원국 은행그룹의 PBR 결정요인 분석 및 시사점'
그래표=금융연구원 'OECD 회원국 은행그룹의 PBR 결정요인 분석 및 시사점'

 


은행주 저평가 원인…저조한 배당, 과도한 금융규제 탓


은행 PBR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ROA, 배당률, 대손충당금적립률 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은행주에 대한 평가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배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금융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배당을 더 적극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은행 주식은 주로 안정적 배당을 원하는 장기투자자들이 매입하기 때문에 배당 측면에서 매력이 있어야 매수 희망자가 늘면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2011년부터 2018년 중 국내 상장 은행 주식의 배당률은 평균 1.57%로 아직 OECD 전체 평균인 3.7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도 문제란 지적입니다.

World Bank 설문에선 우리나라의 은행업 사업범위 제한이 OECD 평균보다 더 엄격한 것으로 나타나 은행 PBR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또 감독당국의 권한인 건전성 제고를 위한 충당금 상향 조정 요구와 달리 은행 배당 정책의 개입은 기업 고유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어 이사회, 주주들의 반발을 살 여지가 충분합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위원은 “감독당국의 배당 억제 정책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배치된다”며 “이사회 기능이 강화된 현시점에서 경영진은 배당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충당금, 인력구조조정 비용 등을 줄여 이익을 극대화해 규제를 회피할 것”이라고 부작용을 우려했습니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이 과거와 달리 배당 성향 규제안을 꺼내든 이유는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악화라는 부담을 피하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는 은행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단 입장입니다. 이에 금융당국의 규제·감독의 주목적 달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국내은행의 경쟁력 강화, 비은행을 포함한 금융산업의 경쟁을 높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데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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