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임기 현황. 그래프=뉴스저널리즘
금융지주 회장 임기 현황. 그래프=뉴스저널리즘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9년이라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고 있습니다. 왜 이런 얘기가 회자되고 있습니까”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던진 말입니다.

김 의원은 금융지주 회장이 책임은 안 지고 권한만 행사한다고 지적한 것이지만, 사정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9년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일단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만 놓고 따져봤을 때는 잘못된 정보입니다. 현재 금융지주회사 8곳 CEO의 임기 만료 시기까지 감안한 평균 임기는 4년 8개월입니다.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만 놓고 봤을 때는 5년 4개월입니다.

그런데 왜 9년이라는 시간이 나왔을까요? 이유는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CEO의 연임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은 2017년 3월 회장직에 오른 뒤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BNK금융 김지완 회장 역시 고령에도 불구하고 3년 더 회장직에 앉습니다.

농협금융 김광수 회장은 2년 임기를 마쳤지만 1년 더 연임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실 금융지주 회장 중 9년 임기는 김정태 회장만 해당합니다. 윤종규 회장은 연임에 성공, 오는 16일 임추위 결과에 따라 3연임 성공 여부를 가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이 지적한 9년은 김정태 회장과 윤종규 회장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회장 '셀프연임' 법으로 막고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그럼 왜 공개 석상에서 이들 회장의 임기를 따져 물은 걸까요? 이는 금융회사 CEO의 제왕적 지위를 사전에 막겠단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굳이 재벌기업과 비교하며 이들과 닮아가고 있다고 덧붙인 이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걱정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이미 금융당국은 20대 국회에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20대 국회가 종료됨에 따라 법안 통과는 못 했지만, 21대 국회에도 개정안을 다시 제출했습니다.

개정안은 회장을 포함한 임추위 임원은 본인을 임원 후보로 추천하는 임추위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고, 회장은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임추위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이는 회장이 직접 본인을 후보로 지명하는 ‘셀프연임’을 차단하겠단 것입니다.

금융지주회사의 자정 노력도 더해졌습니다. KB금융은 2015년 사외이사 주주 추천제도를 도입했고 회추위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도 회장 자리를 뺐습니다. BNK금융은 회장의 연임 횟수를 한차례로 제한했습니다.

하나금융지주는 2011년 회장의 최고 연령을 70세로 제한했습니다. 김정태 회장의 나이가 68세인 점을 감안할 때 내년 4연임에 성공해도 1년 이상 회장직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사외이사들도 거수기에 탈피해 관제탑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 중 외부인사를 포함한 것도 임추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금융권 CEO 장기비전 제시·실행능력 평가해야

불과 3년 전엔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정권 따라 CEO 임기가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에는 금융권 CEO가 장수할 수 없다’

물론 10년 이상 CEO 자리에 오른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하영구 씨티은행장 등 장수 CEO도 있지만 다른 회장·은행장들은 평균 3년 1개월 정도였습니다.

이는 정권 교체에 따라 외부 입김에 더해져 단명하는 CEO도 많았던 탓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8년 동안 미국 5대 투자은행 최고경영자의 평균 재임 기간은 5.8년으로 파악됐습니다.

장수 CEO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금융회사의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단 증거입니다.

일각에선 현재 상황이 세계 흐름에 맞게 흘러가고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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